[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여파로 ‘2·4 공급 대책’의 핵심인 공공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3기 신도시 등 주택 공급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공공을 향한 불신으로 사업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3기 신도시 지정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4월 중엔 15만호 규모의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계획대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공공주택특별법, 도시정비법, 소규모정비법, 도시재생법(연계법안 5개) 기금법, 주택법, 토지보상법, 토지이용규제법 등 2·4 대책 관련 법안은 오는 6월 시행을 목표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2·4 주택 공급 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은 이미 발표한 계획”이라며 “제시된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사업의 핵심인 공공재개발은 사업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서울 마포구 대흥5구역의 경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집단 민원이 구청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송파구 거여새마을지역(거여3구역)에선 일정이 다소 미뤄지더라도 민간 주도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동의율이 70%를 넘어 무난한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용산구 한남1구역, 동대문구 장위9구역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 지역 주민은 “LH 사태 이후 공공개발 반대 현수막이 붙었다가 하루 만에 사라지고, 다음날 다시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벽보가 붙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직자와 공공기관들의 비도덕성 탓에 사업을 찬성했다가 반대로 돌아선 주민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여론만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더라도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현재처럼 여론이 냉랭한 상황에선 정부의 공급 정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여당 내부에서조차 3기 신도시 지정 취소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당 일각 의견에 대해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나 2차 조사 결과에도 상당히 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 그럴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공재개발 후보지 중 대부분이 심하게 낙후되고 오랜 기간 사업이 미뤄져 재개발에 대한 열망이 큰 만큼 잇따른 악재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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