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카드사 ‘고신용자 대출’ 확대

최저금리 연 3%대의 장기카드대출 상품이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카드업계가 제2금융권 대출 증가 흐름을 타고 장기카드대출 최저금리를 낮추는 등 ‘고신용자 대출 확대’ 에 나섰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대출(단기+장기카드대출) 잔액은 41조9000억원으로 2019년(40조원) 대비 4.7%(1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장기카드대출, 이른바 카드론은 전체 카드대출의 약 85%인 35조4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9.2%(3조원) 증가했다.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잔액이 전년동기 대비 1조1000억원 감소한 6조5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카드론의 확대가 눈에 띈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취급을 축소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현금서비스보다 금리가 낮은 카드론을 이용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시중은행 대출을 조이자 대출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카드론 증가도 이와 같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카드론이 향후 더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시중은행 가계대출을 관리해 왔다. 다만 제2금융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서민의 자금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로 대출 총량 관리를 자율에 맡겨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토지공사(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상호금융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금융권, 특히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에 이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까지 당국의 대출 관리를 주문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카드론으로 쏠릴 수 있다는 업계 분석이다.

 

카드사는 이같은 흐름에 맞춰 카드론 최저금리를 최저 3%대까지 낮추며 고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달 초 카드론 최저금리를 연 3.9%로 공시했다.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2%대인 점을 고려하면 1%대 차이를 보인다. 롯데카드도 카드론 최저금리를 4.95%로 공시했으며, 이와 관련해 우량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LOCA MONEY-PRIME(프라임)’ 상품을 출시했다. 신용도에 따라 한도 우대와 상환 기간 연장 혜택(최장 60개월)을 제공한다. 더불어 마이너스 카드에도 영업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카드의 마이너스 카드 금리 역시 최저 연 4.95%이다. 우리카드 역시 지난해 8월 마이너스 카드인 ‘우카 마이너스론’을 선보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최저 연 4.0%의 금리를 제공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빅테크 등 핀테크사의 성장과 소액후불결제 등의 이슈가 있다”며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카드론 확대에 영업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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