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권영준 기자] 하나카드는 올해 카드업계에 불어닥친 업황 악화 요소를 극복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CEO의 잘못된 행동으로 고객의 신뢰까지 잃으며 위기에 몰렸다. 신용카드를 ‘룸살롱 여성’ 등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등 막말 논란을 일으킨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결국 자진 자퇴했다.
8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카드의 자산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8조209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이며, 유일하게 10조원 미만이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신한카드(34조5330억원)와는 4배가량 차이가 난다. 카드 영업활동 구매실적 합계에서도 하나카드는 총 57조5580억원으로, 이 역시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적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지난해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노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9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4번째로 많은 이익이다. 비록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며 나타난 ‘불황형 흑자’이긴 하지만, ‘하나원큐 카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디지털금융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며 노력을 동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내몰렸다. 최근 장경훈 사장이 사내 회의에서 ‘카드를 고르는 일’은 ‘와이프를 고르는 일’에 비유하면서 “룸살롱에 갈 때 (중략) 예쁜 여자는 단가가 정확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임원 회의에서 “너희 죽여버릴 거야”고 말하는 등 막말 논란까지 붉어졌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경훈 사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의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지난 6일 밤 “감사위원회가 열렸으나, 감사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나카드는 장 사장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장경훈 사장의 사퇴로 사실상 일단락되는 흐름이지만, 향후 파장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올해 카드업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오는 7월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하향조정된다. 하나카드의 금리 21~24%대 신용대출 회원 비중은 전체 0.4%, 카드론 회원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신규고객 1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여기에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카카오 및 네이버 등 빅테크와 핀테크의 급성장에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하나카드의 경우 마이데이터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요인으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최근에서야 재심사 대상자로 전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EO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를 포함해 모든 금융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한다. 수장의 잘못된 행동이 신뢰와 브랜드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당분간 계속 꼬리표가 따라붙기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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