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골프마케팅에 올인하는 이유

SBI저축은행이 후원하고 있는 김아림이 지난해 12월 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수백억원대의 브랜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골프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열정이 남다르다. ‘골프 마케팅’ 강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노리면서 동시에 잠재 고객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주고객층이 40~60대이고 디지털금융 전환에 따라 20~30대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이 프로 및 유망주 골프선수를 후원하거나, 금융사 이름을 내건 대회를 개최하는 등 골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그린으로 모이는 이유는 당장 수익 사업을 내기 위한 차원보다는 브랜드인지도 강화 측면이 강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출 급증에 따른 이자이익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4년 연속 1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제2금융사로 성장했다”며 “양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브랜드 가치 강화 등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골프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저축은행이 골프 마케팅 강화에 나선 결정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대회에서 국제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던 김아림(26)이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낳았다. 활짝 웃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아림의 모자에는 SBI저축은행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이 장면은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전해졌다.

태국 신인 골퍼 패티 타바타나킷의 LPGA 대회 우승으로 신남방 진출에 적극적인 하나금융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뉴시스

지난 5일에도 태국의 신예 패티 타바타나킷(21)이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LPGA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103위의 신인 태국 선수가 정상에 오른 것도 깜짝 뉴스였는데, 이보다 시선을 모은 것은 타바타나킷의 모자였다. 모자에 새겨진 로고는 바로 하나금융(Hana Bank)이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출전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고, 금융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명해진 선수보다 유망주, 신인 선수를 후원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후원하는 선수가 급성장해 세계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경우 ‘최소 비용,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포츠마케팅 업계에서는 김아림과 타바타나킷의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후원사는 수백억원대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거뒀고 분석했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브랜드 가치 상승, 하나금융은 아시아·신남방 지역 마케팅 강화 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선수 후원 및 유망주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여자프로배구 창단에 나서는 등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인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KLPGA에서 활약하는 여자 프로골퍼 유수연(29) 강예린(28) 지수진(25) 박서현(20) 금나은(25) 등 5명의 선수와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모두 지난 시즌 시드순위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KLPGA 정규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기대주이자 신인급 선수들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장매튜 대표는 “이번 후원으로 스포츠선수들과 스포츠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와 기쁨을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며 “후원 선수 모두 우수한 활약으로 국제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이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5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금나은, 강예린, 지수진, 장매튜 대표, 유수연, 박서현(왼쪽부터). 페퍼저축은행

SBI저축은행도 최근 프로골퍼 신보민, 김다은2와 2021시즌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들 역시 올 시즌 기대감을 모으는 상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이로써 SBI저축은행은 US오픈 ‘퀸’ 김아림을 포함해 기존 이소미, 박수빈3까지 총 5명의 선수를 후원한다.

 

OK저축은행는 선수 후원에 유망주 지원, 대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OK저축은행 한국대학골프대회’를 개최해 개인전 우승자 김유빈(경희대), 박형욱(한국체대) 등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한 OK배정장학재단을 통해 지난 2016년부터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한 ‘세리키즈 골프 장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는 KLPGA 공식 투어인 ‘박세리 인비테이션널’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 남자 프로골퍼 이태희(36)를 수년째 지원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골프의 경우 주요 연령층이 40~60대이며, 최근에는 20~30대로 넓어지면 대중화되는 흐름이다. 저축은행 역시 40~60대가 주 고객층이었고, 디지털금융 전환에 따라 20~30대 고객 유입이 가파르다. 타깃층이 일치하기 때문에 브랜드 강화 외 잠재고객 유치에도 효과적”이라며 “시중은행이 그랬듯이, 저축은행의 양적 성장이 지속될수록 골프 마케팅 등의 스포츠마케팅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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