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카드사와 빅테크의 결제 수수료율 차이로 말미암아 불거진 금융권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본질은 빅테크의 ‘금융규제’인데, 디지털금융 전환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와 맞물려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마침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기간이 다가오면서 카드사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조정을 앞두고 원가분석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컨설팅을 진행할 회계법인으로 삼정KPMG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며, 조만간 계약 세부사항을 마무리 짓고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컨설팅 작업에 나선다. 동시에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는 ‘한숨’이다. 이미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 카드수수료까지 인하하면 수익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롯데·하나카드)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4조3947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4450억원 대비 약 8.9% 감소했다. 지난 2017년 8조8927억원이었던 수익은 2018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영향으로 5조1010억원으로 급감했고 이후 계속 감소 추세다.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기준으로 삼으면 3년 전인 2017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사실상 마지노선인 수준이다. 여기서 더 인하한다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카드 혜택을 줄이거나 인원 감축 등의 파생하는 사안들이 발생한다. 최소 동결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카드사의 더 큰 고민은 바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결제지급 등의 금융권 지출을 가속하고 있는 빅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빅테크의 간편결제의 경우 카드사보다 결제 수수료가 더 높다. 이 같은 이유는 ‘금융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빅테크는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카드사는 ‘동일기능-동일규제’를 주장하고 있고, 빅테크 측은 “페이 수수료율은 수익모델이 아니라 최소한의 운용비용만 적용해 산정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페이 수수료가 더 높다고 지적하는 것은 타업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입장 차이를 줄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지난해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출범했다. 최근 7차 회의까지 진행하면서 기존 금융사와 새롭게 진입해 확장하고 있는 빅테크 및 핀테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금융 전환 환경 조성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다만 카드사와 빅테크의 가맹점 수수료율 차이에 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금융규제가 필요하지만, 혹여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금융 전환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라며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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