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제2금융권이 프로배구 V리그에 대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프로배구 V리그는 중계방송 시청률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프로야구 등 다른 구단을 운영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효과는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자부 제7구단 창단을 승인받은 페퍼저축은행이 V리그에 가세할 경우 프로배구단은 남녀부 통틀어 14개 구단(남자부 7개·여자부 7개) 체제가 된다. 눈에 띄는 점은 14개 구단 가운데 제2금융사가 전체 50%인 7개가 된다.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삼성화재, KB손해보험, OK금융그룹 등 5개사가 남자부 구단을 운영 중이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과 새로 가세한 페퍼저축은행 등 2개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연맹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페퍼저축은행의 여자부 제7구단 창단을 승인했다. 이에 당장 2021~2022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하게 된다. 페퍼저축은행은 연고지 유치에 나선 경기도 성남시와 광주광역시를 두고 협상 중이며, 구단 프런트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선수단 구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제2금융권은 은행(1금융)을 제외한 금융기관을 뜻하는 것으로, 자금의 중개를 주로 담당하는 비통화금융기관이다. 여신금융(카드·캐피탈), 보험, 증권, 상호저축은행 등이 해당된다.
▲왜 프로배구 V리그인가
V리그는 대표적인 겨울 프로스포츠로 ‘월드스타’ 김연경(흥국생명) 효과 등으로 중계방송 시청률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2020~2021시즌 V리그의 중계방송 평균 시청률은 여자부 1.093%, 남자부 0.745%로 나타났다. 이는 4대 프로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김연경이 붕대투혼을 선보였던 플레이오프 3차전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평균 시청률은 전국 유료가구 기준 2.564%, 순간 최고 시청률 3.74%인 것으로 나타났다. V리그 통산 최고 시청률이며, 전체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통틀어서도 일일 1~2위 수준이다.
▲‘저비용 고효율’ 특화
제2금융권이 V리그 중심에 선 이유는 바로 ‘저비용 고효율’ 효과에 있다. KOVO에 따르면 지난 2019~2020시즌 여자구단 연간 운영비는 구단 평균 55억원(추정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의 경우 연간 운영비가 구단별 300억~400억원, 프로축구 200억~300억원 수준이다. 두 스포츠와 비교해 선수단이나 프런트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해 미디어노출 홍보효과는 최고 수준이다. 미디어노출 홍보효과는 뉴스, 중계방송,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브랜드가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거두는 구단 및 기업 홍보효과를 뜻한다. 이를 자금으로 환산했을 때 여자부의 경우 구단별 평균 719억원의 효과를 누렸다.
즉 55억원을 운영비로 투자해 약 76배의 홍보효과를 거뒀다는 의미다. 고무적인 것은 이러한 미디어노출 홍보효과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시즌 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7~2018시즌 292억원, 2018~2019시즌 559억원, 그리고 2019~2020시즌 719억원을 기록했다. 시즌마다 200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투자) 등의 영향으로 수신액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대출 이자수익이 증가하면서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인 1조40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라며 “양적 성장을 거둔 만큼, 이제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브랜드인지도 및 가치 상승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스포츠마케팅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골프와 프로배구에 집중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급성장한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3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축은행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4조319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4위에 해당한다. SBI저축은행이 11조2552억원으로 자산규모 1위, OK저축은행이 9조162억원으로 2위,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조5565억원으로 3위에 올라있다.
페퍼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지난 2017년 1조7125억원으로 업계 10위권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8년 모바일뱅킹 ‘페퍼루’를 출시하며 발빠르게 디지털금융 전환에 나섰고, 이어 중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등 대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등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2018년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자산규모 2조4031억원으로 5위권에 진입했고, 이어 2019년 3조3169억원, 올해 4조5565억원으로 최근 3년 동안 매년 평균 1조원의 자산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당기순이익 348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132억원) 6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은 아직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향후 자금 흐름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저축은행의 경우 현재와 같은 흐름으로 자산규모가 증가한다면, 스포츠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배구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이 이슈 및 이벤트성 창단이 아닌 진심으로 V리그에 참여해 프로배구와 구단, 그리고 모기업이 상생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