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에도 영향력 커지는 '팬슈머'…"소통 나서는 기업들"

대세가 된 '팬슈머'…단순한 소비자 넘어 기획·제조·유통 과정에 참여
소비자가 개선한 제품들 잇따라 출시…식품·유통업계 속속 동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이런 제품 만들어주세요.”

 

자신이 원하는 제품과 품질을 만들어 내도록 의사를 표현하는 소비자들. 이른바 ‘팬슈머’라고 부르는 이들이 소비 시장을 이끄는 트렌드가 됐다. ‘팬슈머(Fansumer)’는 ‘팬(Fan)’과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다. 단순히 소비를 넘어 직접 제품의 기획, 제조, 유통 등의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고객 품평회나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상품에 반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 상에서의 네티즌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업들이 팬슈머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서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농심켈로그 ‘첵스 파맛’. 사진=농심켈로그

기업을 움직이는 ‘팬슈머’ 파워 

식품·유통업계가 ‘팬슈머’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팬슈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리뉴얼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농심켈로그의 ‘첵스 파맛’ 출시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첵스 파맛’ 제품은 지난 2004년 켈로그가 이벤트성으로 진행한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에서부터 시작됐다. 네티즌들은 첵스 파맛의 출시에 대한 문의를 회사에 계속 남겼고, 회사 측에서도 실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16년 만인 지난해 ‘첵스 파맛’ 제품이 출시됐다. 

 

팔도 ‘만능비빔장’. 사진=팔도

팔도의 비빔면 액상소스도 팬슈머들의 요청에 의해 탄생한 제품이다. 팔도의 경우 비빔면에 들어가는 액상소스만 따로 판매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았다. 계기는 지난 2017년 만우절에 만들어졌다.

 

팔도는 기업 공식 블로그에 ‘NEW 팔도 만능 비빔장 출시’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팔도가 만우절 농담이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비빔장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소스의 정식 출시를 요구했다. 팔도는 증정품으로 만능 비빔장을 선보이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만능비빔장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월 팬슈머가 직접 기획한 특별 에디션을 선보였다. 아기 물티슈 브랜드 릴리유의 팬슈머로 선발된 온리유 33인은 릴리유의 특별 에디션 출시를 위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이를 구체화한 가상 시안으로 소비자 투표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가 제품 패키지에 반영, 새 디자인의 ‘퓨어 온리유 팬슈머 에디션’이 탄생했다. 

 

소비자가 바꾼 제품에는 친환경 제품들도 있다. 매일유업은 액상발효유에서 빨대를 떼어낸 데 이어 올해 초 우유 제품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금융권, 고객의견 수렴 위한 팬슈머 마케팅 ‘활발’

금융업계에서도 팬슈머 마케팅이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이용자 패널인 ‘KB국민팬슈머’를 출범했다. KB국민팬슈머는 온라인 설문조사만 참여하는 ‘국민팬슈머’와 서비스 체험, 과제 제출, 고객 인터뷰 등 추가 활동을 수행하는 ‘국민팬슈머 리더’로 구성된다.

 

올해 ‘KB국민팬슈머’ 2기는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해 1기 대비 대폭 확대된 2000여명을 선발했다. 국민팬슈머 리더는 국민팬슈머로 선정된 고객 중에서 추후 지원서를 제출받아 선발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KB캐피탈은 지난 2019년 ‘KB차차차 팬슈머’ 대학생 서포터즈를 선발했다. KB차차차 팬슈머는 KB차차차를 모니터링·품질을 평가해 신규 아이디어와 서비스 개선 방안 등을 제안했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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