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김진희 기자]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방 부품·소재 등의 국산화 및 반도체 생태계 고도화 전략을 펴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이 같은 흐름의 영향을 받게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6일 ‘아시아 무역 브리프 :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이라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소비재 전자제품 수요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선진국은 올해 안에 높은 백신 접종률 달성이 예상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내년 중반까지 백신 접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스마트폰, 노트북, 엔터테인먼트 기기 등의 소비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EIU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냉장고나 에어컨 등 생활가전의 경우 구세대 반도체 비중이 높고, 제조 회사도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 극복이 빠르겠지만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급 부족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각 국가별 대응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EIU는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차량용 칩 생산을 우선시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나,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소비재 전자제품에서 차량용 칩으로 생산을 돌릴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지만 공장 건립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 정부도 반도체 생태계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달 중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차전지 사업 발전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산업의 기술개발 지원, 생태계 고도화,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을 두루 담은 종합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3일에도 ‘K-반도체 전략보고’ 행사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종합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대대적인 투자와 세제 혜택을 통해 관련 기업들을 지원하고 인프라를 넓히며 차량용 반도체 등의 국산화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평택·화성·용인·천안을 중심으로 ‘K-반도체 벨트’를 구축하는 한편 기업 투자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세제·금융·규제 개혁 및 기반시설 확충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50% 세액공제를 하고, 추후 10년간 반도체 핵심 인재 3만6000명을 양성하는데 힘쓴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산업계도 비축해 뒀던 부품들이 소진되며 공장의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등 ‘반도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은 지난달부터 수일씩 휴업을 반복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요에 대한 공급 부족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속화 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 공급 확대가 아닌 중장기적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의 비중은 지난해 2.7%에 불과했지만 2025년에는 10%, 2030년에는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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