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이혜진 사무처장 “‘그린워싱’이요? 시민의 눈으로 감시해야죠"

기후변화 대응 방식, 구호로만 그쳐선 안 돼
"소비자 중심의 ESG활동 평가 지표 필요"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는 ‘그린워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혜진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사진 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주요 기업들이 과거에 견줘 환경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린워싱(Green Washinig:  위장환경주의)’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함께 적극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이혜진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활동분야 중 하나로 그린워싱 감시를 꼽았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적이지 않은 활동이나 정책 등이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되는 것을 일컫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 주체들의 활동이 단지 번지르르한 수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사무처장의 얘기다.

 

그는 지난해부터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흐름이 확산하면서 이른바 ‘ESG워싱’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이 사무처장은 기업들이 이전보다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흐름은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ESG경영이 기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별반 차이가 없거나, 단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ESG경영의 실체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는 제품 환경성 표시·광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소비자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자들과 함께 모니터링 활동도 펼친다. 이 같은 활동들은 소비자가 주체가 돼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사무처장은 “상품 구매 시 흔히들 ‘친환경’ 인증마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제품의 환경성 표시·광고라고 한다”며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는 환경성 표시·광고 모니터링할 때 ▲친환경, 에코, 자연, 천연, 식물성 등 녹색 관련 용어 및 문구 사용 ▲국내 법정마크, 업계 인증마크 등 마크의 사용 ▲시험, 수상, 언론보도 등 조사자료의 인용 ▲녹색 컬러 또는 나무·숲·나뭇잎, 들판·정원 등의 도안의 사용을 기준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환경부는 친환경제품이 아님에도 친환경으로 광고해 선의의 소비자와 친환경제품 생산·유통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를 막기 위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제품의 환경성 표시·광고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여년 전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옥시 사태의 피해 사례를 보면 판매 당시 제품 겉포장지에는 ‘인체에 안전하다’, ‘아이도 안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사용된 점이 드러난다. 당시 옥시 마케팅본부장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와 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무처장은 “친환경적이지 않으면서 친환경이라고 허위·과장 광고한 이른바 ‘가짜 친환경제품’을 걸러내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향후 그린워싱이 ESG워싱으로 확장되는 게 아닐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의정부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들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그린워싱, ESG워싱 감시의 연장 선장에 있다. 

 

이 사무처장은 국내외 ESG 평가기관과는 별도로 소비자가 주체가 돼 기업의 ESG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ESG워싱과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기업의 올바른 ESG경영방식이 정착되도록 시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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