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 한세실업, ‘K-패션’으로 한국과 세계를 잇다

한세실업의 베트남 호찌민 협력업체간담회 패션쇼 모습. 한세실업 직원들이 직접 모델로 참가했다. 사진=한세실업

[김진희 기자] “최근 비즈니스를 하면서 K-패션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세실업은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옷을 디자인,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패션 기업이다. 한 해 수출물량이 3억6000만장에 달할 정도로 한국 패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8일 조희선 한세실업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회사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조 대표는 의류 등 소비재를 유통하는 리앤펑(Li & Fung)을 비롯해 홈플러스 등을 거치며 37년 가량 패션·유통 분야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이다.

 

◆GAP·ZARA 등에 의류 제조·수출

 

 한세실업은 창업주인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지난 1972년 세운 무역업체 ‘한세통상’에서 탄생했다. ‘한세’라는 이름에는 ‘한국과 세계를 잇는다’는 뜻이 담겼는데, 덕분인지 한세실업은 ODM 방식으로 글로벌 의류 브랜드에 의류를 제조·수출하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일반적으로 OEM이 주문자의 디자인, 설계에 따라 생산하고 상표를 붙이는 방식이라면, ODM은 디자인·설계부터 완성까지 제조자가 모두 처리하기 때문에 더 높은 기술 수준을 필요로 한다. 갭(GAP)부터 아메리칸이글(American Eagle),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자라(ZARA), 랄프로렌(Ralph Lauren) 등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한세실업이 제작하고 있다.

 

한세실업 베트남 TG법인 자동행거 시스템. 사진=한세실업

 조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설명하며 최근 달라진 한국 패션의 위상도 소개했다. 조 대표는 “예전에는 세계적 유수 브랜드들이 유럽이나 미국, 일본 시장에서 패션 트렌드를 찾았지만 지금 서울이 주요 트렌드의 기준이 되고 있다”며 “덕분에 우리가 제안하는 프로그램과 상품을 자체 매장에 그대로 출시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세실업의 수출물량은 한 해 3억6000만장에 달하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5.2% 성장한 1조6982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해외 사무소와 공장도 확대 중이다. 

 

 조 대표는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아이티, 미얀마의 해외 법인과 미국 디자인센터 등 8개국에 20개 법인, 5개 오피스를 두고 있으며, 2024년 미얀마에 대형 추가 생산 법인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위기, ‘개인 보호 장비(PPE)’로 극복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산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수출 및 글로벌 사무소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조 대표는 “한세실업도 예외 없이 타격을 받았다”며 “다만 오랜 시간 다져온 전략적 파트너쉽을 바탕으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으며, 특히 PPE 제품들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위기 극복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란 마스크, 방호복 등 개인 보호 장비를 말한다.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칼라앤터치(C&T)가 지난 2018년 ‘항균원단’을 개발한 데 이어, 한세실업은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PPE 공장 세웠다. 코로나19를 예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제적인 개발과 투자 덕분에 팬데믹 상황에서도 PPE상품을 생산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조 대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연간 360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며 “추후 시장 상황에 따라 방호복 등 다양한 PPE 제품을 생산하며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한세실업 뉴욕 오피스 직원들. 사진=한세실업

◆스마트 시스템 ‘HAMS’ 구축…생산효율성↑ 

 

 한세실업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묻자 조 대표는 ‘스마트 시스템’을 꼽았다. 통상 패션산업을 노동집약 산업으로 보지만 한세실업은 독자적인 스마트생산 시스템인 ‘햄스(HAMS)’를 구축해 첨단산업으로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햄스는 30여 개 공장 생산량과 재고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공장 가동 및 생산 현황을 별도의 개인정보단말기(PAD)를 통해 실시간으로 점검해 생산 공장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컨대 재단이나 봉제 등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햄스를 통해 문제점을 바로 파악하게 된다. 이를 통해 불량품을 줄일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한세실업은 추후 스마트폰으로 생산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정 관리(SFC)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생산 효율성, 부자재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직원들이 서로 해당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이 같은 스마트 시스템 개발은 직원들의 개별 업무량과 예정된 업무를 예측할 수 있게 해 공장 전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세실업 베트남 TG법인 모습. 사진=한세실업

◆폐수정화·빗물저장 활용 등 ESG경영 박차

 

 최근 산업계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공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세실업 역시 친환경 의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유류·물·석탄 사용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조 대표는 “자회사인 염색공장 C&T VINA는 2019년부터 원단 생성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정화하는 자체 설비 시스템을 갖추고 하루에 1500톤을 재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2년간 아낀 물이 4억5000만ℓ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의류생산 시스템에도 친환경 가치를 접목, 해외 공장에서 ‘빗물저장 시스템’과 ‘워터쿨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두 시스템으로 빗물을 저장, 에어컨 대신 작업장 온도를 조절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고무나무·톱밥·목재폐기물·왕겨 등 바이오매스 연료 사용량도 늘리고 있다. 

 

 한세실업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인 2015년 대비 지난해 유류 사용량 1273ℓ, 물 사용량 1218ℓ, 석탄사용량 100%씩 감축에 성공했다. 이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은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대표는 “최근에는 스페인의 디자인 오피스 ‘해피푼트’, 재생 섬유 전문기업 ‘리커버 텍스타일 시스템’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통해 바이어들이 친환경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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