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과의 전쟁 나선 건설사들, 승패는?

삼성물산, 전문 연구시설 착공… 롯데건설, 솔루션팀 운영
내년 7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시행… 분양가 상승 우려도

‘래미안 고요安 LAB’ 착공식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사들이 층간소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특화설계 도입, 연구인력 확충에 나섰다.

 

그동안 브랜드 고급화에만 치중하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층간소음엔 손 놓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층간소음 특화설계 도입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그동안 이 회사는 작년 말부터 석·박사급 인력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담 연구조직을 운영하며 특정 부분의 바닥 슬래브 두께를 210mm에서 250mm로 강화한 ‘슬래브 두께 변화를 통한 바닥충격음 저감 공법’ 등 특화설계를 개발 및 도입해왔다.

 

최근엔 100억원을 투자해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설립에 나섰다. 2022년 4월 문을 열 예정인 ‘래미안 고요安 LAB’은 용인시 기흥구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390㎡ 규모로 건립되며 층간소음 실증 연구를 위한 10세대의 실증 주택과 측정실, 체험실 등이 들어선다. 층간소음 연구만을 위한 연구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구소는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벽식 구조를 비롯해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식, 기둥식, 혼합식(벽+기둥) 등 4가지 종류의 구조별 층간소음 영향을 종합적으로 연구 및 검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성능 검증이 가능한 바닥 슬래브 두께를 기존 연구시설의 150~210mm에서 210~300mm로 높이고, 다양한 바닥 재료 및 내부 마감재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롯데건설은 올해 2월 층간소음 솔루션팀을 신설해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 등 층간소음 저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바닥 슬래브에 직접 고정되는 달대(상부 세대의 바닥 슬래브와 하부 세대의 천장을 연결하는 부재) 설치를 최소화해 상부 세대 진동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고 벽체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줄인다.

 

최근 사명을 바꾼 SK에코플랜트는 중량충격음 저감효과가 있는 새로운 바닥구조를 개발하고 성능 검증을 마쳤다. 이 구조는 벽식이 아닌 기둥벽혼합식구조로 설계하고, 바닥 슬래브의 두께를 기존보다 90mm 높인 것으로 중량충격음을 41db(데시벨)까지 줄였다.

 

또 포스코건설은 소음·진동·재료·구조 등 분야 석·박사급 16명으로 구성된 층간소음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고 있다. 복합 완충재 등을 활용해 중량충격음을 저감시키는 하이브리드형 강성보강 특화 바닥구조 기술을 올해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최근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의 영향이 크다. 이는 3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 지차체가 샘플가구를 뽑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도록 의무화한 것으로, 권고 기준에 따라 시정요구부터 사용승인(준공) 불허 조치까지 가능해진다.

 

다만 사후확인제로 문제를 잡아내도 이미 완공된 건물을 허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실효성일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가 상승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을 두껍게 할수록 콘크리트 등 자재가 더 많이 들어가고, 올릴 수 있는 층수도 그만큼 줄어 평당 분양가가 오르게 될 것”며 “결과적으로 층간소음 해결이라는 명목 아래 비용 부담이 실수요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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