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성장과 부채 확대의 필연성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최정욱 공인회계사

KB국민은행 중소기업고객부 최정욱 공인회계사

성장하는 기업의 경우 부채 증가는 필연적이다. 기계장치나 공장 등 고정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이는 원재료 매입 및 비용의 지출로 인한 현금지출시점과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이를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시점까지의 시간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무신을 만드는 회사가 원재료인 고무를 매입해 제품 생산 및 도매상에 판매까지 5일이 소요되고 도매상으로부터 매출대금은 판매 후 20일에 회수되며, 원재료 매입대금은 원재료 매입일로부터 20일 후에 결제해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생산의 흐름상 매입이 먼저이므로 매입대금 지급으로 인한 현금유출이 먼저 발생하고 5일이 지나서야 매출채권이 회수되는 현금흐름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창업초기에는 자본금으로 현금흐름 미스매치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인건비 등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있다. 또한 매출이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회수된 매출액으로 다음 원재료 매입부터 매출대금 회수까지의 미스매치 기간을 버틸 수 있다. 

 

 현금흐름의 미스매치에 대한 고민은 매출 증가가 시작되면서부터 발생한다. 매출이 추세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원재료 매입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량에 맞춰 매입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 경우에는 고객을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 증가로 인해 매입액이 증가하고, 생산량 증가에 따른 물류비, 인건비, 기타 생산비용의 증가로 인해 직전 매출 대금 회수액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출해야 하는 운영자금의 충당을 위해 단기적인 자금 대출을 일으켜서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를 운전자금 대출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기업의 성장이 가파르면 기업은 일정정도의 재고를 유지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하는데, 예기치 못한 고객의 수요 또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비하거나  시장점유율 극대화 전략 등을 펼치기 위함이다. 재고를 일정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산후 판매까지 제품이 현금화되지 않고 회사 내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원재료 매입부터 판매후 현금회수시점을 늘어지게 만들어 현금 유출입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게 된다. 흔히 말하는 재고투자가 증가했다거나 재고에 묶인 돈이 많다는 의미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국 기업은 생산설비 등의 확장을 하지 않더라도 각종 비용의 지출시점과 수익으로 인한 현금의 유입시점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매출이 성장하는 성장기에는 더더욱 운전자금의 대출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일단 기업의 급격한 성장이 무한히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운전자금과 관련된 부채도 무한정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본질적인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이는 경영자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은 아닐 것이다. 성장을 전제한 상태에서의 답을 찾자면 재고보유기간의 축소 및 매출채권 회수기간 단축 등을 통해 차입금 증가를 억제하고 회사의 재무적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가능하겠다. 

 

 물론 도요타가 과거 도입해 유행시켰던 적시생산시스템(JIT: just in time)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도요타의 경우는 자연재해 등을 이유로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적정재고를 하회하는 방식으로의 경영은 심사숙고 해봐야 할 것이다.

 

한편, 외부주주를 받아들이거나 스타트업의 경우 상환전환우선주와 같은 신종증권을 발행하여 해당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외부주주로 인한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정도를 고려하고 해당 기업이 특정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정해진 금리로 상환해야하는 조건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업의 상황과 부합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