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진출, 누굴 위해 막고 있나… ‘소비자 권익’ 뒷전

중고 자동차 시장에 자동차들이 나열돼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밥그릇 싸움에 헛돌고 있는 중고차 시장 개방과 관련해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가 결국 세부 쟁점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협상 마감 기간을 넘겼다. 이 가운데 ‘더는 밥그릇 싸움을 멈추고 정보 비대칭의 격차가 큰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자동차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중고차 시장 진입을 원하는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를 중재하기 위해 지난 6월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3개월이라는 기한을 두고 6차례 실무위원회를 개최하며 ‘중고차 시장 개방’이라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었지만, 세부 쟁점에서 더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취급 비율이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의 1년 거래량은 사업자 매물 130만대, 개인 직거래 매물 120만대로 총 250만대다. 이 가운데 완성차 업계는 전체 10%인 25만대를 취급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매매업계는 개인 거래 물량을 제외한 사업자 물량의 10%인 13만대를 허용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가 사업자 매물만 취급할 경우 완성차 기업의 애초 계획인 ‘트레이드 인’ 방식도 어려워진다. 중고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현대자동차는 소비자가 신차를 구매할 경우 기존 차량을 중고차로 매입하면서 신차 구매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 거래 물량도 취급해야 한다. 그러나 매매업계는 이 경우 중고차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 측을 중재했던 한 협의회 위원은 “이번 협상의 근본적인 이유는 중고차 시장의 확대와 함께 소비자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하자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협상 내내 이러한 내용은 논의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시민교통협회 등 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교통연대는 “소비자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촉구하며 “중고차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고차 시장은 허위 및 미끼 매물로 소비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분야로 손꼽힌다. 실제 교통연대는 지난 4월 허위·미끼 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펼쳤는데, 한 달도 안 돼 10만명의 소비자가 참여하기도 했다.

 

 을지로위원회은 향후 1~2주간 물밑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정부로 넘어간다. 다만 최종결정권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5월에도 심의기한을 넘겨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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