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도 불어온 ‘플랫폼’ 바람

-미래차, 고성능 반도체·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 '핵심 역량'
-기업 '패키지화'해 턴키 방식 공급하는 '플래포머' 전환 시도
-현대차도 SW 관계사 합병·컨소시엄 구성해 플랫폼화 추진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 보도발표회에 참가한 현대자동차 부스에 많은 관람객이 운집해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반의 차량 제어와 정보기술(IT)의 융합이 미래차의 주요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경쟁력이 완성차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따라서 국내 완성차 업계도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 및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 글로벌 기업인 엔디비아를 필두로 통신 반도체 개발 기업 퀄컴, 전기차 전문 기업 테슬라 등이 미래차 플래포머(Platformer)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즉 미래차 생산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화해, 이를 필요로하는 완성차 기업에 일괄 입찰(턴키) 방식으로 공급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 연구원은 이 같은 흐름의 이유를 3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우선은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방식)의 고도화다. 미래차는 현재 차량에 수십 개의 제어기가 장착된 것과 달리 기능과 성능이 강화된 3∼4개의 제어기로 통합돼 운영된다. 따라서 향후 고성능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이 거대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 미국의 거대 반도체 기업들은 기존 완성차 기업이나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차량 전력 제어용 반도체) 생산 기업보다 높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모색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기술의 라이센싱화도 중요하다.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많은 자본이 필요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라이센싱화하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자사가 처음 개발한 영상정보 처리 컨트롤러이자 그래픽카드의 핵심인 GPU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부터 자율주행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시리즈를 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를 추진 중이다.

 

 퀄컴 역시 지난해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율주행 플랫폼 ‘스탭드래곤 라이드’와 함께 5G 기반 자율주행 드론 플랫폼도 공개했으며, 현재 자율주행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술기업 비오니어 인수를 추진 중이다.

 

 테슬라 또한 AI 전용 신형 반도체 ‘D1’을 공개했으며,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한 AI 컴퓨팅 플랫폼 ‘도조(Dojo)’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맞춤형 칩·플랫폼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셔널과 함께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지난달 세계 최초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내 완성차 업계 선두주자인 현대차 역시 이를 대비해 플래포머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오토에버·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등 소프트웨어 관계사를 합병해 역량을 결집했다. 현대오트론은 기존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제어시스템 및 반도체를 개발했고, 현대엠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왔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지난 3월 국내 13개 전문 개발사들과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협력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생태계를 통한 자율주행 및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표준화 추진 중이다.

 

 자동차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계는 운영체제와 인공지능 추론엔진, 병렬컴퓨팅 등 미래차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기술 역량이 취약해 대부분 해외 솔루션을 적용 중이며, 차량용 반도체 역시 대부분 해외 제품에 의존해 왔다”라며 “완성차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방해 개발·협력 생태계를 조기 구축 및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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