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됐던 ‘K-건설’의 동남아 시장 진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중동에 이은 제2의 해외건설 허브로 꼽히는 동남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잇따라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중견 건설사인 동부건설과 금호건설이다.
동부건설은 최근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며 40년간 멈춰있던 해외사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 회사는 최근 금호건설과 함께 라오스 비엔티안공공사업교통국이 발주한 ‘라오스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2차’ 시공사로 선정됐다. 사업지 518억원 규모의 해당 프로젝트는 라오스 비엔티안시에 위치한 메콩강변에 약 8㎞ 길이의 제방을 축조해 강변 공원과 도로 등을 조성한다.
두 회사는 지난 6월에도 캄보디아 수자원기상부(MOWRAM)가 발주한 홍수 피해 저감 사업도 수주했다. 이 공사는 캄보디아 서북부 반테민체이주 인근 관개 개발 및 홍수 피해를 막는 것으로 약 590억 원 규모다.
동부건설은 전신인 미륭건설 시절부터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앞장서 왔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에 대비해 해외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며 “항만, 터널 등 토목공사에 강점이 있는 만큼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조성 공사 수주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건설은 동부건설과 함께 수주한 ‘라오스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2차’ 외에 지난 1월 ‘베트남 렌강 관개시설 개선사업’, 6월 ‘캄보디아 반테민체이 관개개발 및 홍수저감사업’ 등의 사업을 연이어 따냈다. 이 회사는 과거에도 필리핀 푸에르토 프렌세사 공항, 베트남 웨스턴뱅크타워 등 동남아 시장에서 여러 공사를 수행한 바 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 3000억원 규모의 ‘태국 라용 정유공장 디젤 유로5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2024년 유로5 배출가스 규제 시행을 확정한 태국 에너지 산업부 정책에 따라 기존에 생산되는 디젤의 황 함량을 유로5 수준으로 낮추는 설비를 건설하고, 이와 연관된 각종 생산 설비를 고도화하는 프로젝트다.
롯데건설도 동남아 시장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수주를 늘려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목표다.
베트남의 경우 롯데건설이 시공한 호치민 ‘라프리미어 개발사업’(아파트 725세대)과 호치민 ‘센추리아 D9 개발사업’(아파트·빌라·숍하우스 2410세대)이 올해 하반기 분양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선 대규모 복합몰 ‘롯데몰 하노이’를 시공 중이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에선 수도 자카르타에 ‘가든시티 뉴이스트2 개발사업’(아파트 3300세대)을 진행 중이며, 싱가포르에선 1200억원 규모의 ‘J121 통합교통허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건설시장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현 상황에서 해외건설의 유일한 대안은 바로 동남아”라며 “교통 인프라, 플랜트, 친환경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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