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의 여행지, 완주 어드벤처

[완주=글ㆍ사진 전경우 기자] 전라북도 완주는 최근 ‘BTS 성지’로 관심을 모아온 여행지다. 아원고택, 삼례 책마을, 비비정 등 완주를 대표하는 명소는 여성 취향을 저격하는 감성을 앞세워 MZ세대를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완주에서 더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터프한 매력의 ‘상남자 코스’를 추천한다. 

▲공수부대 산악 극복 훈련장, 기차산 해골바위

 

 전북 완주와 진안 사이에 걸쳐진 기차산(738m)은 ‘검은베레’를 쓰고 제대한 남자 열에 아홉은 아는 지명이다. 크고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산 전체가 거친 바윗덩어리로 이뤄져 있고 깊은 계곡을 품고 있는 기차산은 80년대부터 공수부대 산악극복훈련장으로 사용됐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나는 초소 내부에는 ‘1984년 3공수...’라고 누군가 적어놓은 흔적이 선명하다. 

 

 기차산의 명물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다. 전국에 해골바위라는 지명을 검색하면 딱 2개가 나온다. 북한산과 기차산에 있다. 북한산 해골바위는 하늘을 보고 있지만 기차산 해골바위는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 

 등산로 입구 장군봉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편에 민박을 겸한 구수산장을 지나 과수원이 이어지는 마을길을 따라 오른다. ‘병력 하차지점’ 이정표를 지나면 차량 통제용 차단기가 나온다. 5분을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이 해골바위 가는 길, 오른쪽은 정상인 장군봉 방향이다. 이내 나오는 계곡인 구수골 일대부터 군부대 훈련장이 시작된다.

계곡을 건너면서 길은 급격하게 험해진다. 바위가 많아 등산화나 트래킹화는 필수, 등산용 장갑을 준비해 가면 좋다. 공터 같은 지점이 나오는데 ‘D 지역 슬랩 등반’, ‘C 지역 침니등반, 후면 하강/역레펠’ 같은  군 훈련용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긴장감을 더해준다.

 탐방로 곳곳에는 밧줄, 쇠사슬이 매달려 있고, 다른 산에서 흔히 보던 걷기 편한 목재 데크길이 없다. ㄷ자 팩을 박아 만든 발판이 듬성듬성 바위에 고정된 모습도 생경하다.

 

 등산로에는 온갖 버섯이 지천이다. 모습이 화려한 버섯은 독이 있는 것이 많아 먹으면 큰일 난다. 숲이 우거진 구간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단독 산행은 위험하다.

 

 마지막 고비인 가파른 바윗길은 로프의 도움을 받거나 거의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체력이 고갈될 무렵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탁 트인 전망의 헬기장이 나온다.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암벽에는 군부대 훈련에 쓰이는 온갖 기구들이 아찔하게 매달려 있다. 헬기장에서 갈림길로 다시 돌아와 평탄한 길로 조금만 더 가면 해골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골 바위는 표면이 풍화작용 때문에 파여서 마치 해골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현상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하는데 암석의 약한 부분이 풍화가 진행되면서 동그란 모양으로 떨어져 나가 형성된 벌집 모양의 풍화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해골 바위의 파인 구멍은 두 명 정도가 들어앉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해골 바위는 원래 용이 무엇인가를 먹다가 남겨둔 바위라는 뜻의 ‘용 뜯어 먹은 바우’라고 불렸다고 한다.

 해골바위의 정수리 지점에 올라서면 조선 시대부터 오지로 유명했던 동상면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온통 산이다. 기차산의 남동 방향은 금남정맥 줄기인 운장산, 동쪽은 구봉산 능선으로 이어진다. 

 ▲BTS도 타고 간 필수 코스, 경각산 패러 글라이딩

 

 완주군 구이면 구이저수지 동북쪽으로 솟아 있는 산이 경각산이다. 한자로 고래 경(鯨), 뿔각(角)을 써서 고래 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경각산에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호남에서는 유일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원래도 유명했던 곳이지만 지난 2019년 BTS가 이곳에서 하늘을 날았던 이후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패러글라이딩은 항공 스포츠 중에서도 역사가 제일 짧으면서도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인력 활공기다. 고공 낙하산인 패러 슈트와 행글라이딩의 특성을 결합해 안전성과 활공력, 스피드를 만족킨다. 

 

 활공장까지는 패러글라이딩 업체의 차량을 이용해 올라가는데 길이 무척 가파르고 험하다. 기상 상태에 따라 2곳 중 하나의 활공장을 이용하게 된다. 시야가 탁 트인 활공장은 그 자체로 멋진 포토 스폿이 된다. 구이저수지와 술 박물관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저수지 주변으로 전원주택 단지가 있어 마치 스위스 어딘가의 호숫가 풍경처럼 아름답다. 

 

 단독 비행을 위한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텐덤비행을 하게 된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뛰기만 하면 어느새 몸은 하늘을 날고 있다. 체험 비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5분이며 날씨에 따라 다르다. 비행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산자연휴양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등장하는 오징어게임 신드롬 이후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부쩍 높아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무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완주 고산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내 무궁화 테마 식물원에는 무려 180여 종류의 무궁화가 피고 진다. 무궁화는 품종에 따라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피는 기간이 다르다.  

 

 무궁화 꽃밭인 무궁화 테마 식물원을 지나면 걷기 좋은 길과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이 빽빽이 들어선 조림지가 이어진다. 카라반을 완비한 오토캠핑장도 있어 자연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기 제격이다. kwjun@segye.com 

 

 

 

사진설명

 

1.풍화작용이 만들어낸 해골바위는 국내에 단 2곳이 알려진 희귀한 볼거리다. 

 

2.경각산 패러글라이딩은 아름다운 구이저수지 주변을 활공하는 코스다. 

 

3.해골바위 가는 등산로 모습. 

 

4.고산자연휴양림 무궁화 테마 식물원에서는 180종의 무궁화를 관찰할 수 있다.

 

5.기차산 구수곡에는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가 여러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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