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보라 기자] 만성적으로 이명을 경험하는 환자들 중에는 일반적으로 잘 인지하지 못하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각과민’ 현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명에 더해 일상의 작은 소리들마저 크게 들리기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을 겪으며 수면장애나 우울 등 2차적인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은 청력이 떨어지는 난청의 경고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청각 과민 현상이 이명과 공존해서 나타날 수 있을까? 언뜻 보기에 이명과 청각과민은 상반된 증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잘못된 전제가 있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청각과민은 청력이 좋은 것이다’ 라는 전제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의학적으로 청각과민 증상은 청력이 좋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청각과민의 경우 청력이 좋아서 작은 소리도 잘 듣기 보다는 청각을 수용하는 귀의 기능이 ‘고장’난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라디오를 예로 들어보면 볼륨 버튼이 고장 나 필요한 소리를 알맞은 볼륨으로 듣지 못하게 된 격이다.
즉 이명과 청각 과민 모두 우리의 귀가 정상 작용을 하지 못할 정도로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힘찬큐한방병원 임규성 대표원장은 “근본 원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명과 청각과민은 같은 맥락의 증상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이명 환자에게 청각과민 현상이 동반된다는 것은 청신경의 피로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각과민은 청각을 수용하는 세포가 극심하게 피로감을 느낄 때 나타날 수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도 몸이 심하게 피곤한 상태에서는 큰 짜증으로 이어지거나 격하게 대응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크게 들을 필요가 없는 아주 일상적인 소리의 자극에도 청각 세포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청각 세포가 반응할수록 더 큰 피로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종의 악순환이다. 여기에 더해 청각 과민 현상으로 받는, 또는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신경 세포를 더욱 지치고 쇠하게 한다.
사실 이명과 청각 과민이 동반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명도 ‘신경의 피로’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청신경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우리의 귀는 이상 신호로 이명을 발생시키고 신경의 손상이 원활히 회복되지 못하면 이명의 크기도 커지고 빈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이명과 청각 과민 모두 ‘신경 피로’, 더 나아가서는 ‘청신경의 손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개선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당장의 증상 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등의 적용으로 이명이나 난청 증상이 ‘완치’ 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이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되는 이명이나 청각 과민과 같은 증상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느끼신다면 근본 원인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최우선 되어야 하는 것은 정확한 검사다. 이명과 청각 과민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증상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심하게 진행된 상태인지 꼼꼼히 파악하는 것은 근본 원인인 청신경의 손상 정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해 치료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증상 개선을 위해 또 한가지 중요한 요인은 검사의 범위다. 두 가지 증상 모두 귀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귀에만 초점을 맞춰 검사와 진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효과적인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기저에서 증상을 일으키는 추가적 요인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폭넓은 범위의 검사가 필요하다.
임 대표원장은 “두 증상 모두 신경의 피로와 손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와 같은 내과적 검사는 필수적이다”며 “이명을 귀의 병이 아니라 몸의 병으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전신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 다발을 감싸고 있는 척추 상태 점검까지 검사의 범위를 폭넓게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라고 말하며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