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아산나눔재단이 2일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그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 한정화 이사장, 정남이 상임이사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재단 설립 후 10년간 성과를 발표하고, 강남구 역삼동에 새로 개관한 아산나눔재단의 창업지원센터 마루360을 소개했다.
아산나눔재단은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자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출범한 공익재단이다. 2011년 10월 약 6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설립됐다.
재단 측은 다음 세대를 위한 기업가정신 확산 사업, 예비 창업가를 발굴하고 창업 인프라를 지원하는 ‘청년창업 지원 사업’,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갈 ‘사회혁신가 역량강화 사업’ 등에 나서고 있다.
정몽준 명예이사장은 “아버님의 소천 20주기를 맞았다”며 “아버님은 일제강점기 20대 중반 나이로 당시 ‘벤처’로 부를 수 있는 자동차 수리공장을 시작했는데, 현재 재단의 활동을 보시면 좋아하실 것으로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아산나눔재단은 이날 10년의 성과를 정리한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하며 관련 성과를 소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재단이 지난 10년간 기업가정신 확산과 창업 및 사회혁신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해 투입한 금액은 총 1090억 원이다. 함께 일한 파트너 수는 1406명, 파트너 기관은 364개에 달한다.
재단 측은 특히 지난 10년간 운영한 사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전문 컨설팅 기관과 ‘사회성과 측정 연구’를 진행했다. 정남이 상임이사는 “재단이 10년간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결과 약 4486억 원이 산출됐다”며 “이는 재단이 사업에 사용한 비용 100만 원 당 486만 원 상당의 임팩트를 창출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마루180·정주영 창업경진대회 등 창업 생태계를 꾸준히 지원해온 결과, 10년간 지원한 스타트업 수는 1253팀이다.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을 통해서는 31개 펀드 및 액셀러레이터에 출자해 약 9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
또, 재단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경험한 사람은 2만 7500명에 달하며,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역량을 강화한 사람은 4489명으로 집계됐다.
아산나눔재단은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새롭게 개관한 마루360도 이날 처음으로 선보였다. 마루360은 지하 2층, 지상 11층 총 2050평 규모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의 두 배에 달한다.
재단은 ‘마루’를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다양한 가능성의 기회를 열고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마루360에는 아산나눔재단 본사를 비롯해 스타트업 사무공간, 국내외 벤처캐피털 및 액셀러레이터, 지원기관 등의 사무공간이 마련됐다. 이미 해외 벤처캐피털 등 8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들이 마루를 국내 스타트업 거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정몽준 명예이사장은 “‘마루’는 말 그대로 대청마루·산마루의 그 마루를 의미한다”며 “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정진홍 교수가 좋은 단어를 찾아주셨다. 한옥의 대청마루는 온가족이 모여 앉아서 수박도 먹고 대화도 하는 푸근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시작이기 때문에 외로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마루360이 예비 기업가와 사회혁신가에게 푸근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정 명예이사장은 “기존 마루180에는 망고플레이트, 센드버드 같은 성공 모델도 있다”며 “마루360에서 규모가 마루180보다 두 배 이상 큰데, 성공사례도 2배 이상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마루360 근처에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운영하는 TIPS(팁스)가 있다”며 “마루와 팁스타운이 힘을 합쳐서 역삼로가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마루360을 통해 정주영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란다”며 “50년 전 1세대 창업가들이 활동했고, 1990년대 2세대 벤처기업가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3세대 기업가로 볼 수 있는 스타트업이 강세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키워야 하는 시대”라며 “마루360이 이런 3세대 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남이 상임이사에 따르면 마루180과 마루360은 모두 하나의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재단은 무엇보다 마루가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로 커나가길 바란다. 그는 “재단의 역할을 커뮤니티 문화 만드는 것”이라며 “입주사 대상으로 회계·세무 멘토링도 하고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상임이사는 커뮤니티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마루180에 입주해있는 투자사들에게는 투자를 해야 하는 의무조항이 없다”며 “그런데, 지나고 나서 보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함께 있다 보면 기업을 접할 기회 많아지고, 발전을 직접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투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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