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판매한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에 대한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식약처는 이들 기업의 6개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식약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채 도매·무역상을 통해 제품을 수출한 것을 문제삼고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밝힌 국가출하승인 위반 품목은 ▲파마리서치바이오 리엔톡스주 100단위·200단위 ▲휴젤 보툴렉스주 50단위·150단위·200단위 등이다. 이들 제품은 각 회사의 주력 상품이다.
파마리서치바이오의 경우 수출 전용 의약품 2개 제품을 국내 판매용으로 허가 없이 판매한 사실이 적발, 전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도 받게 됐다. 이로써 아예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져 다른 품목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사 등 전문가에게 허가취소 대상인 6개 품목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고 제품 회수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안전성 속보를 배포했다”며 “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병·의원에서 해당 품목을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휴젤, “식약처, 유통관행 무지… 법적 대응 할 것”
이에 대해 휴젤 측은 즉각적으로 식약처 조치에 대한 취소 소송(본안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 영업과 회사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조속히 대응한다고 밝혔다.
휴젤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식약처 조치로 휴젤을 신뢰하는 투자자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휴젤 측에 따르면 식약처로부터 처분받은 제품은 수출용으로 생산된 의약품이다. 다만 식약처는 이를 수출용이 아니라 국내 판매용으로 간주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피력했다.
휴젤은 “해당 제품은 수출을 목적으로 생산 및 판매되었기에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이 아니다”며 “나아가 약사법에 명시된 법의 제정 목적 및 ‘약사(藥事)’의 범위에 ‘수출’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휴젤은 국내 판매용 제품은 전량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왔으며, 식약처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 제품은 수출용 의약품임을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소명했다. 다만 식약처는 기존에 안내되거나 문제되지 않았던 유통 관행과 관련, 이전과 다르게 법을 해석하고 법을 적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휴젤은 “자사 보툴렉스는 2010년 국내 출시 이후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고, 해외 2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기업의 가치가 이같은 안타까운 일로 흔들려서는 안된다. 휴젤은 앞으로 진행할 법적 절차를 통해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휴젤 매각 불투명?”… GS그룹 “특별한 얘기 없다” 일축
이와 관련 업계는 휴젤 인수를 통해 바이오사업 육성에 나서려던 GS그룹의 계획에도 먹구름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GS그룹은 지난 8월 컨소시엄을 구성, 휴젤 최대주주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지분 46.9%(전환사채 포함)를 1조7239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휴젤을 매수한 것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미국·유럽시장 확장 등 경쟁력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허가 취소 여부에 따라 시장 확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매각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안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각이 잠정 보류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GS컨소시엄 측은 “아직 특별히 나온 이야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칼 빼든 식약처… 업계 긴장하나
한편, 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며 담담한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은 제품 승인이 나지 않은 제품을 수출할 때 국내 도매업체를 활용하고 있다. 제품은 도매 업체를 거쳐 보따리상 등을 통해 수출된다.
이와 관련 식약처의 이번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가 ‘메디톡스가 거친 과정을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도 지난해 10월 휴젤과 같은 이유로 주력 제품에 대해 허가 취소 조치를 겪었지만, 현재 집행정지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식약처가 관련 업계 관행을 두고 법리를 달리 해석하는 만큼, 대다수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들은 품목취소를 한번쯤 거쳐야 할 관문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시기를 알지 못했을 뿐, 품목허가 이슈뿐 아니라 질병청이 지켜보는 균주 이슈도 지속되는 상황이었다”며 “식약처가 의지를 보인 만큼,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만의 일이 아니라 아직 조사를 받지 못한 기업들도 긴장해야 하기는 매한가지”라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스템임플란트의 보툴리눔톡신 제제(오스톡스) 사업 철수를 ‘신의 한수’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이미 본업이 매우 잘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툴리눔톡신 제제 사업에 대한 미련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철수한 것은 옳은 결정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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