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없는 유통업계… ‘1위 쟁탈전’ 치열

온라인업계 이마트 2위 ‘우뚝’
1위 네이버와 지분교환 ‘혈맹’
백화점업계 부동1위 롯데 흔들
2Q영업익 신세계·현대에 역전
편의점업계 CU·GS25 각축전

[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들의 ‘1위 쟁탈전’이 치열하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온라인, 백화점, 편의점을 막론하고 대다수 채널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실무 절차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2위에 등극하게 됐다.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은 161조원 규모다. 네이버 쇼핑이 17%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쿠팡이 13%, 이베이코리아가 12%, 11번가가 7% 점유 중이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과 이베이의 점유율을 더하면 신세계 그룹의 비중은 16%로 2위로 올라선다. 신세계 그룹은 업계 1위인 네이버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선두권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각 기업들은 주도권을 갖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대기업 위주로 재배치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게 신세계다.

 

신세계는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우선은 현 시점 최강장인 네이버와 혈맹을 맺었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네이버 지분 0.2%에 대해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투자,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며 전략적 제휴를 강화했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쿠팡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온오프라인 융합전략에 나선다는 포부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돼 있던 이베이코리아와 어떤 시너지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최근 아마존과 손잡으며 ‘직구족 모시기’에 나선 11번가는 아마존 스토어 개설 후 해외직구 거래액이 전월 대비 3.5배 이상 늘었다.

 

단, 이같은 상황에 쿠팡·신세계 SSG닷컴·롯데온·11번가 등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출혈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 기업의 3분기 성적표에는 모두 ‘매출이 늘었지만, 적자폭은 커졌다’는 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쇼핑 시장내 점유율을 넓히기 위한 기업별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류센터·서비스 등 인프라 투자가 강화되며 적자폭도 커지는 추세”라며 “당분간 이같은 형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롯데쇼핑

백화점 업계의 경우 부동의 1위였던 롯데백화점이 왕좌를 내주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경쟁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보다 월등히 많은 점포수를 토대로 매출·영업 모두 1위를 지켜왔다.

 

롯데백화점 매장은 총 32개로 13개인 신세계와 16개인 현대에 비해 2배 정도 더 많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사이, 신세계·현대가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이들 3사 백화점 부문의 영업 실적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3분기 롯데백화점의 매출액은 7130억원이다. 이는 4701억원을 기록한 신세계백화점과 4579억원을 올린 현대백화점에 비해 무려 2500억원 가까이 많은 수치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에는 격차가 1500억원 수준까지 급격히 좁혀졌다. 롯데백화점은 647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신세계는 5096억원, 현대는 4954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에 비해 매출이 올라간 신세계·현대에 비해 롯데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신세계 실적에는 롯데·현대와 달리 아웃렛 매출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더하면 롯데와 신세계의 매출 격차는 1000억원 안팎으로 더 좁혀진다.

 

영업이익은 2분기에 이미 역전됐다. 지난 2분기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570억원으로 신세계(670억원)와 현대(653억원)에 비해 100억원 정도 적었다. 3분기에도 롯데백화점의 국내백화점 부문의 영업이익은 400억원 수준으로 신세계(727억원), 현대(586억원)와 200억원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신세계는 꾸준한 매장 리뉴얼과 프리미엄 전략, 럭셔리 제품 강화에 나섰다. 이로써 2019년 강남점이 국내 백화점 단일 매장으로는 처음 2조원의 총매출을 올린 바 있다.

 

현대도 지난해 판교점이 개장 5년 4개월 만에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 ‘1조 클럽’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동안 유통 강자였음에는 틀림없지만, 최근 온·오프라인 사업의 균형감을 이루지 못한 게 아쉽다”며 “신세계의 경우 오프라인뿐 아니라 SI빌리지·신세계까사 등 백화점뿐 아니라 이커머스 분야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나섰지만, 현재 ‘롯데온’은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CU편의점을 찾은 고객이 주류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편의점 업계에서도 1위 쟁탈전이 지속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강자는 점포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점포수 면에서는 2002년부터 CU가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9년 GS25가 17년 만에 CU를 제치며 1위 자리에 올랐지만, CU는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 1만4923개로 GS25를 235개 차이로 앞지르면서 1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매출 규모로는 서울권 점유율이 높은 GS25가 CU를 앞지른 상황이다. 

 

다만 올 들어 CU의 매출 증가율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GS25의 경우 분기별 증가율이 2~3%을 기록했지만, CU는 7∼9%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1467억원이던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2분기 1155억원으로 줄었다가 3분기에는 887억원으로 더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CU가 지난해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큰 인기를 끌며 편의점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상품 차별화까지 더해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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