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김민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와 신약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에 나서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정책적으로 기술특례 상장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점도 이들 기업의 증시 입성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상장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관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긍정적일 때 상장하는 게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증시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이달 10일 코스닥 이전 상장한 ‘툴젠’을 비롯해 올해 총 19곳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IPO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약 17개사가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설립된 툴젠은 CRISPR(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교정 전문기업이다. 유전자 가위는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고, 식물 등의 유전자를 개량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장을 통해 공모된 자금은 CRISPR 특허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 관련 임상·설비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전통 제약사들도 알짜 자회사 IPO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제약그룹의 백신 계열사다. 보령바이오파마는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 등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지정감사인 신청을 완료해 기업공개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내년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청구를 거쳐 4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 개발 및 제조, 전문의약품 판매, 유전체 검사, 제대혈 은행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백신 시장 확대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 1154억원을 달성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도 지속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보령제약그룹의 기업공개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령제약은 지난 8월 자회사인 ‘바이젠셀’을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바 있다. 바이젠셀은 면역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이다. 각종 암질환, 면역질환 등을 타깃으로 면역항암제와 면역억제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지난 8월 공모주 청약에서 11조원이 몰리고 886.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IPO 공모 자금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된다.
동국제약의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도 내년 상장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통해 신규 자금 확보, 글로벌 시장과 인공지능(AI), 바이오로직스 및 체외 진단 등 성장성이 큰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국생명과학은 2017년 5월 동국제약의 조영제 사업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국산 조영제 판매를 맡고 있다.
일동홀딩스의 계열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도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투자 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는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한 프리IPO(사전 기업공개) 성격의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1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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