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유통업계에서도 ‘코피티션’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업체들이 경쟁사 플랫폼에서의 제휴를 이어가거나, 온라인 플랫폼에 경쟁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심지어 오프라인 채널에 경쟁사의 핵심프랜차이즈를 유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이 지난 10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음에도 경쟁사인 롯데슈퍼, 홈플러스, GS프레시가 G마켓에 입점한 것을 들 수 있다.
G마켓은 신세계그룹 인수 이전 쿠팡의 ‘로켓프레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에 대응해 ‘신선식품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 롯데슈퍼, 홈플러스, GS프레시와 제휴를 맺고 3사의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근처 점포에서 G마켓 회원에게 당일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신세계 인수 이후에도 ‘경쟁사’인 이들은 제휴를 종료하지 않았다. 특히 ‘유통 맞수’ 롯데도 제휴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롯데마트가 G마켓에 입점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롯데 측은 이전까지 자사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ON’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략을 바꿔 온라인 채널 다각화를 목표로 G마켓에 입점했다.
입점 결정 후 라이벌 ‘신세계’가 새로운 주인으로 바뀌며 갑작스러운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된 것.
당시 롯데쇼핑 측은 “롯데마트의 G마켓 입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별개로 수개월 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라며 “채널 다변화 측면에서 입점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도 “롯데 입장에서는 채널 다변화가 실보다 득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 역시 오픈마켓 입점사 형태로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G마켓 당일 배송 서비스에 입점한 것은 신규 고객 유입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롯데와 신세계의 ‘코피티션’ 행보는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들은 암묵적으로 서로의 오프라인 유통점에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고수해왔다.
가령 롯데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유통점인 ‘롯데백화점’ 내에는 신세계 계열의 스타벅스·이마트24를 찾아보기 힘든 식이다. 보통 세븐일레븐, 엔젤리너스가 자리를 채운다.
이같은 불문율은 지난해 2월 롯데몰 광명점에 스타벅스가 들어서며 깨졌다. 롯데쇼핑을 상징하는 ‘롯데몰’에 경쟁사 핵심 브랜드가 들어선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업계 관계자는“최근 기업들이 관계사를 무조건 지원해주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추세”라고 했다.
패션 분야에서도 코피티션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통 의류업체는 ‘플랫폼화’를 택하고 있다. 무신사 등 플랫폼 기업이 제조·생산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위기감을 더 체감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패션 플랫폼 강자로 꼽히는 ‘무신사’의 경우, 2017년 출시한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로 지난해 매출 1100억원을 거뒀다.
이와 관련 패션기업들은 자사 몰을 재정비하는 등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객 사수를 위한 경쟁사 브랜드 입점도 불사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SF샵’에는 경쟁사인 LF의 TNGT·일꼬르소·아떼바네사브루노, 코오롱FnC의 시리즈·커스텀멜로우가 입점돼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에스아이빌리지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 판매하는 띠어리·브룩스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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