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소신발언, 바이콧 vs 보이콧 ‘후폭풍’… 신세계 향후 영향은

정 부회장 SNS 논란 일파만파
이마트·스타벅스 불매 표적 떠올라
10일 주가 7%뚝…시총 1700억 증발
中화장품·면세사업 타격 우려

[정희원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 발언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해 ‘멸공이 틀린 말이 아닌데, 불매운동 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이미지가 공유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이미지를 올리며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고 적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 속보를 공유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세계일보DB

정 부회장이 공유한 포스터는 앞서 장기적으로 지속된 일본 불매운동 때 공유된 것과 같은 디자인에 ‘일본’ 대신 ‘정용진’으로만 바뀌었다. 일부 여권 인사들도 이마트 계열사인 스타벅스 등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썼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씨도 페이스북에 “정용진이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다 못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는데, 그의 매장에는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색’을 떠나 이같은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용진의 발언에 공감, 신세계 그룹의 제품을 적극 구매하자는 ‘바이콧’ 이미지도 널리 공유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한국인이 ‘멸공’을 외치는 게 왜 잘못이냐. 논란이 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불매운동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공산당 인증’한 게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에 ‘속이 시원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수년간 인지도·영향력이 높은 인물 중에서 소신을 드러낸 사람이 몇이나 있냐”며 “대부분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은 이를 ‘감당할 맷집’을 가지고 아쉬움 없이 할 말을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일에는 신세계그룹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전날 대비 1만7000원(6.8%) 하락한 23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루 새 시가총액은 2조4613억원에서 2조2939억원으로 1674억원 줄었다.

 

그룹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5.34%), 신세계 I&C(-3.16%) 등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중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다. 반면 이마트(0.34%), 신세계건설(3.84%) 등은 상승 마감했다. 다만 신세계 주가는 11일 오전 다시 약 4% 반등했으며,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중국 의존도는 다른 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인지도를 고려할 때 이같은 강경 발언은 중국과 관련한 계열사 사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는 2017년 중국사업을 완전 철수했다. 하지만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중국과 연관이 큰 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 ‘연작’ 등 화장품 브랜드로 현지에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 국내 면세사업도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주가 하락에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 주주들은 “대기업 오너로서 기업 경영과 무관한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멈춰달라”고 네이버 주식 게시판 등에서 토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 부회장의 발언이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대체로 요즘은 하락장”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 뭐라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쟤들이 미사일 날리고 핵무기로 겁주는데 안전이 어디 있냐”며 “사업하면서 얘네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더라. 당해봤나”라고 반문했다. 또 “어떤 분야는 우리나라와 일본만 보험 할증이 있는데 이유가 전쟁 위험과 지진 위험 때문이다. 들어봤나”며 “내가 직접 위협을 당하고 손해를 보는 당사자로서 당연한 말을 하는데 더 이상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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