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파견직이 90% 이상인 백화점에서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난 경우, 누가 책임지나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앞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5일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직업성 질병 예방 세미나’를 열고 현 상황을 점검했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가 연자로 나서 궁금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전체 근로자 중 파견 근로자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등의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날 경우, 해당 백화점 대표가 처벌 대상자가 될 수 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용자가 관리하는 기업의 규모를 본다”며 “법리적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상시근로자 수에 파견근로자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회사의 주식 100%를 갖고 운영·투자에 나서는 홀딩스 기업의 경우 모회사 대표는 원칙적으로 자회사의 재해에 대해 직접 책임지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단, 중대재해가 발생한 자회사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산 통제·안전관리 등은 모회사 지시로 이뤄졌다”는 진술이 나올 경우 곤란해질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럴 경우 모회사 대표는 공동경범이나 방조범, 조사범으로 기소될 여지가 있다”며 “이후 모회사 대표가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관여한 방식 등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드러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교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전 사업장에서 미리 직업성 질병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대산업재해가 규정하는 24개 직업성 질병은 작업환경을 상식적인 수준으로만 관리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는 특히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열사병 관리’에 대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열사병은 심부체온이 40도 이상 오르고 의식변화가 나타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전체 온열질환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특정 기업에서 3명 이상 열사병환자가 나왔다면 원인분석과 대책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온열질환은 충분한 수분섭취, 그늘막 설치, 폭염시 작업중지 규칙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이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업계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병원의 주사침 감염사고로 인한 직업성 질병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처럼만 관리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여기에는 B형간염·C형간염·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매독 등이 포함돼 있다.
김현주 교수에 따르면 원내에서 1년에 3명 이상에서 감염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된다. 그는 “매독은 환자 자체가 거의 없고, HIV는 실제 직업성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질환”이라며 “오히려 원내 주사침 감염 사례가 많다면 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