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빨라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며 ‘가상자산 겨울(침체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반토막이 나자 일각에선 비트코인 버블이 붕괴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최고점 대비 140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6만8990달러(약 8200만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후 현재까지 4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기준 2위인 이더리움도 작년 11월 최고가에서 절반 이상 가치가 하락했고 솔라나는 65%가량 값이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예상보다 빨리, 여러번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코인을 위험자산으로 인식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상화폐의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1~2년 내 비트코인 버블이 붕괴될 것이며 결국 IT버블 붕괴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이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GMO의 제레미 그랜섬 공동창업자는 “밈 주식과 NFT, 가상화폐,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이 심각할 정도로 몰린 상태”라며 “광기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의 행동은 버블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더머니스탁닷컴의 사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가레스 솔로웨이는 “가상화폐 차트를 분석할 경우 2022년 초나 2023년 초에 비트코인이 2만 달러(2300만원대)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며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가상화폐)이 1990년대 후반 IT 버블이 붕괴됐던 순간처럼 버블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투자업체 인베스코도 가상화폐 시장의 거품이 터진다면 비트코인이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 돌발 변수도 가상화폐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0일 가상자산 전면 금지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가상자산이 ‘통화 주권’을 훼손하고 채굴의 경우 다량의 전기를 소모하는 만큼 에너지 공급과 친환경 전환 모두를 위태롭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는 미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계 3위 가상자산 채굴국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금리 인상, 나스닥 하락, 러시아 변수까지 가상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 추세로 가면 비트코인이 3만 달러(약 3500만원)선이 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는데다 결국 디지털자산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매크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단기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향한 경계감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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