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은 불안”… 건설사들 친환경 가속페달

GS건설 미국에 ‘그린수소 플랜트 모듈’ 수출… 국내 최초
SK에코플랜트 베트남 태양광사업… 현대ENG CO2 자원화

베트남 소나데지 산업단지에 설치된 지붕태양광   SK에코플랜트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사들이 친환경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악재로 국내 주택사업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확대하며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포트폴리오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주택사업 대신 태양광,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GS건설은 국내 최초로 미국에 ‘그린수소 플랜트 모듈’을 수출할 계획이다.

 

최근 이 회사는 미국 SG H2 랭케스터(Lancaster) LLC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캘리포니아주에 신재생 그린수소 플랜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설비는 연간 4만톤(t)의 폐기물 종이를 원료로 하루 11t(중형 수소차 약 1700대 충전량)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신재생 그린수소 플랜트를 모듈형식으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GS건설은 정유와 가스플랜트 모듈화 관련 기술로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캘리포니아 수소 플랜트 사업 모듈 표준화를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진행 중인 수소 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울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라즈마기술 활용 청정 에너지화 사업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베트남 기업인 나미솔라와 손잡고 4년간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지붕태양광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지붕태양광은 건물 지붕에 패널을 설치하는 분산형 발전방식으로, 부지를 별도로 확보할 필요가 없고 입지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두 회사는 지난해 8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법인 ‘새턴솔라에너지(Saturn Solar Energy)’를 설립한 바 있다. 지분율은 SK에코플랜트 49%, 나미솔라 51%다. 

 

사업은 베트남 동나이성에 위치한 소나데지(Sonadezi) 산업단지에서 시작된다.

 

SK에코플랜트는 오는 2월 65MW 규모의 태양광 착공에 들어가 6월부터 전력 생산을 개시하고 향후 20년간 운영하게 된다. 이후 60~65MW 규모의 프로젝트를 매년 1개씩 추가 개발해 총 250MW 규모의 4개 프로젝트를 준공하게 된다.

 

이럴 경우 연간 36만5000MWh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소나무 233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약 33만톤의 탄소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설치한 이산화탄소 자원화 실증설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최근 주식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도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건설주가 곤두박질치면서 기관 대상 수요예측의 경쟁률이 100대 1에 그쳤다.

 

결국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상장을 철회 및 연기했지만, 이와 별도로 기존에 추진했던 친환경 사업은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차세대 초소형원자로(MMR) ▲이산화탄소(CO2) 자원화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자체 전력 생산사업 ▲폐기물 소각 및 매립 등 6가지 신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중 친환경 부문 사업에 해당되는 것은 이산화탄소 자원화와 폐기물 소각·매립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각종 산업 플랜트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고순도 수소나 전기, 고부가가치의 탄산염으로 전환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은 경기 변동 영향이 적고, 한번 설비를 갖추면 현금이 꾸준하게 창출되는 게 장점이다.

 

다만 일각에선 주식 상장을 통해 필요 예산을 확보하려는 플랜에 차질이 생긴 만큼 향후 신사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후폭풍이 주택사업을 강타했다”며 “이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친환경 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투자 러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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