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 미아역 동측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본인과 남편, 그리고 두 아들 내외와 손자 등 3대가 같은 건물에서 살고 있다. 김 씨는 새로 4층 집을 지어 1 층은 세를 내주고 2~4층을 각 세대가 거주할 계획이었지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묶이는 바람에 건물 신축을 할 수 없게 됐다.
# 서울 삼양역 북측에 사는 신모 씨는 아픈 남편의 병원비 마련과 대출 이자 납부를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매하려고 했지만, 사업 후보지 선정 이후 거래가 끊겨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 작년 초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근처에 작은 상가건물을 사들인 최모 씨는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적잖은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작년 4월 해당 지역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거래 관련 문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25년까지 주택 83만6000호를 공급하는 문재인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대책’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정부는 목표치의 60%에 달하는 50만3000가구의 후보지를 발굴하는 등 사업이 순항 중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공급 체감 효과가 크지 않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2·4대책의 핵심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경우 현금청산 보상과 이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고, 후보지의 절반 이상이 사업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원활한 사업 진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등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76곳 가운데 40여곳에서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후보지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2월 초 기준 후보지 중 10곳은 주민들의 반대 동의서를 모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보상 방식이다.
정부는 2·4 대책 발표 당시 투기 차단을 위해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 취득자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어느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 본회의 의결일인 작년 6월 29일 이후로 기준 시점이 늦춰졌다.
하지만 작년 6월 29일 이후 획득한 주택 소유권은 여전히 현금청산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후보지 내 주택 거래는 ‘올스톱’됐다. 결국 후보지 주민들은 주택을 팔지도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도 못가는 등 재산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후보지인 미아동 동측 주민은 “일단 후보지로 지정되면 국토부의 처분이 있을 때까지 1년이든, 2년이든 무기한 재산권이 제한된다”며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선정된 후보지에 대해 언제까지 예정지구로 지정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지는 언제 해제한다는 세부 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엔 예정지구로 지정된 지역만 해제 관련 조항이 있다. 도심복합사업에서 예정지구로 선정된 뒤 본지구로 지정하려면 주민 3분의 2, 토지면적 5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1년 이내에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예정지구 지정은 자동 해제된다. 예정지구로 지정돼도 6개월 이내에 주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면 지정이 해제된다. 하지만 후보지로만 선정된 지역은 구체적인 해제 관련 조항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재산권 침해과 주민 반대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 데도 정부는 2·4대책의 성과 홍보에만 열을 올리며 추가적인 공급 의지를 피력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2·4 주택공급대책은 규제완화, 신속 인허가, 파격적 인센티브 등을 통해 ‘공급쇼크’ 수준의 83만6000호를 공급하고, 도심공급 지정에서 분양까지 기간을 13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는 등 공급모델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책 발표 직후 물량효과로 단기 시장불안 완화 및 하반기 들어 후보지·지구지정 본격화로 최근의 시장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올해 중 지난달 27일 발표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11곳 1만호를 포함해 도심복합 5만호, 공공정비 5만호, 소규모 정비 2만3000호 등 후보지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주민들과의 사전협의, 철저한 타당성 조사 없이 후보지 선정을 남발할 경우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심복합사업이 적용하는 강제수용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신규택지와 달리 기존 노후도심은 사업지 내에 토지 및 건물 소유주가 많아 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동의율을 충족하더라도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기가 어려워 2.4대책의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