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모셔라”… 프롭테크 ‘쩐의 전쟁’ 점입가경

직방, 개발자 초봉 8000만원… 후발주자 인건비 부담↑
이커머스·게임업계로 인력 유출… 경쟁력 약화 우려도

프롭테크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프롭테크 업계가 과열된 인재 영입 경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핵심 경쟁력인 개발직군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들을 우선 채용하기 위한 ‘쩐의 전쟁’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임금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프롭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개발자들의 연봉이 수직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서비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으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26개에 불과했던 프롭테크 기업은 2019년 114개로 늘었고, 지난해 말 기준 284개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프롭테크의 미래성장을 좌우할 개발자 직군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너도나도 이들의 연봉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직방은 지난해 2월 개발자 초봉 6000만원을 선언하며 인재 확보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에 더해 재직자 연봉을 2000만원, 비개발직군 연봉을 1000만원 올리는 등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을 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엔 프롭테크 업계의 인력난이 심화되자 개발직군 신입사원의 초봉을 8000만원까지 올려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개발자들의 몸값이 뛰면서 상대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후발주자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하게 됐다.

 

한 프롭테크 기업 대표는 “요즘 개발자들의 연봉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우수 인력 채용은 고사하고 현재 있는 개발자라도 유지되면 다행인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프롭테크 기업 임원은 “얼마 전 마음에 맞는 인재가 있어 면접 후 바로 채용하고 관련 직무 교육까지 마쳤는데 1주일도 안 돼 동종업계 다른 회사로 이직해 황당했다”고 아쉬워했다.

 

프롭테크 산업이 아직 다른 부문에 비해 ‘파이’가 작은 것도 인력난의 한 이유로 꼽힌다.

 

최근 프롭테크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유통 부문의 이커머스나 게임 산업에 비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그만큼 우수 개발자를 끌어들일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원래 우수한 개발 인력들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핫’한 게임 회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엔 급격히 덩치가 커진 이커머스 업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며 “프롭테크 산업 전반의 규모가 확대되지 않는 이상 인력난 문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은 임대료 상승이라는 또다른 풍선 효과를 낳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룡’ IT 기업들은 대부분 판교에 몰려 있어 개발자들도 출퇴근이 편한 판교나 강남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프롭테크 입장에선 강남에 위치해야 입지상 이점을 개발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강남에 위치해 있지 않으면 개발자들 사이에서 소위 ‘급 낮은 회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발자 채용뿐만 아니라 타 지역 이동이 쉽고, 동종업계 타 기업과의 협업도 수월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강남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재의 연봉 상승 기조가 장기화하면 임금 인플레이션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산업이 성장하려면 동종업계 기업간 건전한 공생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의 임금 인플레 현상이 지속되면 후발주자의 성장을 막고, 장기적으로 프롭테크 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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