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1곳에서 5곳으로 증가했다. 작년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수수료가 늘어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활성화로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올해는 변동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증권사들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부터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출렁이는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긴축 조정 등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대비 33.01% 증가한 약 1조48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2년 연속 1조 클럽 수성에 성공했다. 순이익도 1조1872억원을 내 2020년보다 4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도 각각 영업이익 1조 3167억원, 1조 3111억원, 1조 2889억원, 1조 2089억원을 달성하는 등 모두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5곳의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증시 활황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개미들의 투자 활성화에 거래대금 증가, 주식·채권 발행 시장 호황, 운용수익도 호조를 이어갔다. 대어급 기업공개(IPO)도 IB 실적을 뒷받침 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 경기 회북 기대감으로 거래대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되고 브로커리지 부문 호조가 지속된 것이 증권사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는 미국의 양적 긴축 우려 및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에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증권사들의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거래대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1조4000억원, 작년 4분기 22조7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1년 1분기를 정점으로 거래대금 수준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투자자별로는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가 지난해 4분기 15조9000억원에서 1월 13조8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2021년 초 대비 절반 수준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4월 업황지표 반등 여부가 관건이지만 증시, 주변자금 흐름 감안시 지난 4분기에 이어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 둔화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차입여건 악화, 위험회피심리 강화로 대규모 개인자금의 증시 재유입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증권업종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하고 커버리지 증권사들 목표주가를 평균 5% 이상 내려 잡았다”고 말했다. 커버리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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