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올해 국내외 증시가 변동장세를 이어가자 미국 장외시장(OTC)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서학개미들이 늘고 있다. 다만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최근 장외시장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들은 투자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미국 OTC에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 일본, 남미 등 25개 국가의 1만1600여개 종목이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한국판 OTC 시장인 K-OTC 시장도 공모주 열풍 등에 힘입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려운 규모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누적 거래 건수는 지난해 6월 10만건을 돌파했으며, 지난 1월 말 기준 23만7000건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회원 수 9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새로운 투자처로 수익을 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미국 OTC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OTC 종목은 험블(HUMBL INC)이었다. 험블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있다. 험블 다음으로 많이 베팅한 종목은 테소로 엔터프라이즈(TESORO ENTERPRISES), 오조프 에너지 솔루션(OZOP ENERGY SOLUTIONS)이다.
공모주 수익률이 유일하게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도 비상장 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공모주 청약은 잘해야 1~2주밖에 받지 못하니 미리 비상장 주식을 사 장외에서 거래하며 수익을 올리거나 상장 이후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달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공모가 30만원에 청약을 받은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최고 99%(59만7000원)에서 최저 50%(45만원)까지 이익을 올렸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야놀자, 컬리, 오아시스 등 토종 ‘유니콘’의 상장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비상장 거래 역시 이들 스타트업 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침체되면서 직접투자 규모가 예전과 달리 감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장성이 확실한 대어급 IPO가 등장하면 주식뿐만 아니라 비상장 주식시장도 다시 부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비상장 종목으로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다만 나스닥 시장 이전 상장에 성공하거나 주가가 20배 가까이 뛰는 종목도 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도 있으니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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