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특화 디자인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이를 통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서울시가 35층 층고제한을 폐지하는 등 규제완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특화 디자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디자인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다.
두 회사 모두 디자인·인테리어 전담 조직을 두고 특화 디자인을 개발·적용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디자인 어워드인 ‘아시아 프라이즈(Asia Design Prize 2022)’에서 나란히 수상 성과를 내며 ‘디자인 파워’를 과시했다.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는 2017년 창설된 국제 디자인 공모전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현대건설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조경시설물 ‘클라우드 워크 파빌리온(Cloud Walk Pavilion)’은 가장 높은 순위의 상인 ‘골드 위너’를 수상했다.
클라우드 워크는 구름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관상용 조각 작품이면서 쉼터의 기능을 한다. 구조적으로는 하늘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현했다는 게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디자인 관련 상품을 잇따라 개발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엔 힐스테이트의 새 디자인인 ‘Gen Z Style(Generation Z)’을 적용한 우편함 디자인인 ‘시그니처 월(Signature Wall)’을 개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대 등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힐스테이트의 옵션을 다양화하고 드레스룸·주방 등에 특화설계를 적용하는 등 인테리어 디자인도 리뉴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세계적인 국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경 등 디자인의 수준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며 “현재 협업 중인 거장으로는 세계적인 패턴 디자이너 네덜란드 카럴 마르턴스, 영국 공간예술가 신타 탄트라,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디자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아시아 프라이즈’ 공모전에선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 2단지’의 ‘금정풍경원’이 ‘위너’를 수상했다. 금정풍경원은 단지 인근의 금정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파트 단지 조경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이달 초 래미안 단지에 적용할 새로운 조경 상품 ‘네이처 갤러리(Nature Gallery)’를 개발하는 등 조경 부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래미안의 조경은 세계조경가협회상(IFLA Awards) 11회 수상,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를 2년 연속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문주 등 외부 시설물 디자인은 조경과 연계해 공간 디자인 개념으로 확대하면서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고, 입주민들의 프라이버시 확보와 함께 단지 외부에서도 조경 공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공성을 겸비한 기능성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업 중인 글로벌 회사, 디자이너로는 네덜란드 건축사무소인 유엔 스튜디오(UN Studio), 건축디자인그룹 퍼킨스이스트먼(Perkins-Eastman), 어반 에이전시(Urban Agency) 등이 있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디자인 경쟁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특화설계가 평당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관계자는 “특화상품·설계 등은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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