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의 상장 철회 및 연기가 잇따르며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가 꺾이고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새내기주들이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IPO시장이 얼어붙는 모습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니콘 상장 1호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던 보로노이가 지난 16일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 IPO 잔여 일정을 전면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보로노이는 14~15일에 이뤄진 기관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보로노이가 시가총액 5000억원을 맞추지 못한 것도 상장철회 원인으로 분석했다. 보로노이는 공모가 상단 기준 8600억원의 몸값을 기대했지만 수요예측 부진에 밴드 내에서 기관 배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로노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대명에너지가 공모를 철회했다. 역시나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이 원인이다. 지난달 23∼24일 대명에너지의 기관 수요예측에서 다수 기관이 희망 공모가 범위(2만5000∼2만9000원)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1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 후 상반기 대어로 주목받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같은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업종 대장주 가능성까지 점쳐지며 최대 6조원 수준의 시가총액이 예상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 올해 들어서만 한국의약연구소, 파인메딕스, 미코세라믹스, 퓨처메디신 등 기업들이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했다. 상반기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던 마켓컬리 상장도 하반기로 미뤄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을 예고한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쳐 증시가 불안정해지자 IPO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또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 상반기까지는 IPO 시장도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시장 방향성과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 적절한 공모가를 평가받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투자자 예탁금은 60조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시장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변동성이 잠잠해지고 증시 분위기가 돌아서면 하반기에는 IPO 속도를 내려는 기업들이 연이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당분간 전방 시장과 연계해 종목 선별작업을 통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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