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웰니스의 시대②] 헌옷 재활용·중고의류 거래 활성화… ‘친환경’ 입는 패션가

명품 브랜드, ESG 가치 추구…한섬, 탄소 제로 프로젝트 진행
제로그램, 리사이클 원단 사용…소비자 지속가능한 소비 동참

[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패션 분야에서도 웰니스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친환경’을 꼽을 수 있다.

 

패션기업들은 ESG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은 보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중시하고 있다. 13일 맥킨지 컨설팅에 따르면 Z세대 중 90%는 ‘브랜드가 환경 이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컨셔스 패션의 시장 규모가 2019년 63억5000만달러(약 7조6100억원)에서 2023년 82억50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컨셔스 패션이란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컨셔스(conscious)’와 패션의 합성어다.

 

국내서 수요가 높은 명품 3대장 ‘에·루·샤’도 친환경에 뛰어들었다. 큰형님인 에르메스는 지난해 말 대체 섬유 생산기업 마이코웍스와 버섯 가죽으로 만든 비건 핸드백을 출시했다. 루이비통은 사용하고 남은 자사 자투리 실크로 하나뿐인 디자인으로 액세서리를 출시한다.

한섬은 재고 의류를 친환경 마감재로 재활용하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그룹

국내 패션기업들도 이미 친환경을 위한 다양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헌 옷’을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폐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도 좋지만, 쏟아지는 의류 문제도 시급하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팀버랜드의 고위 임원 출신인 케네스 퍼커 플레처스쿨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단 1% 미만의 재활용 의류가 새 옷으로 재탄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섬은 소각 처리하던 재고 의류를 친환경 마감재로 재활용하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폐기될 재고 의류를 폐의류 재활용업체가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 의류 대신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재탄생시켰다. 한섬 측에 따르면 그동안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약 60t을 소각했는데, 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코오롱FnC도 2012년 의류 재고 해결을 위해 시작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 올해 10년차를 맞았다. 재고를 해체·리디자인한 컬렉션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는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조직도 신설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패션브랜드 론칭 50주년이 되는 2023년까지 전 제품 중 50%는 친환경소재와 공법을 사용할 것도 선언했다.

코오롱FnC의 래코드 사진=코오롱FnC

영원 아웃도어·블랙야크 등 요즘 아웃도어 브랜드는 탄소절감을 위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국내 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로그램의 경우 브랜드 최초로 폐의류를 재생산한 ‘리사이클 나일론 원단’을 활용해 의류와 텐트·타프 등에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폐의류 증가를 막기 위한 ‘지속가능한 소비’에 공감하고 있다. 이같은 의지는 중고의류 시장의 활성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의류거래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트렌비·리본즈·크림 등 명품에 특화된 중고 의류거래 플랫폼도 강세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빈티지 의류 구매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오프라인 지역에도 중고의류숍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성세대는 중고 의류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요즘 MZ세대는 희소성과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것은 물론 환경문제에도 경각심을 갖고 있어 중고의류 구매에 거부감이 없는 편”며 “실제로 패션업계에서 중고 의류의 산업화는 패션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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