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25%p(포인트)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만만치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폭 회복세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추가 금리인상이 현실화됨에 따라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영끌(자금을 영혼까지 끌어모으다) 족’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 동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미 이달 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1~6.07%로 6%를 돌파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5%를 넘어섰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1일 기준 연 3.48~5.236%로 집계됐다. 전세대출 금리도 약 5%대에 이르렀다.
치솟는 금리에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0%대 초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끌어모아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들은 적잖은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됐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 집을 장만한 A 씨는 “초기 자본이 부족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에서 내 집 마련 목표를 이뤘는데 벌써 ‘하우스푸어’가 될 처지가 됐다”며 “5%대 금리만 돼도 매달 이자만 150만원 가까이 나가는데, 추후 6%까지 금리가 치솟으면 직장인으로선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자본이 부족해 대출액이 많은 30대 등 젊은층은 연체 등 가계부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030세대의 가계대출(신용카드 할부액 제외)은 475조8000억원으로 2020년 말보다 35조2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저금리 2020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리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거센 ‘패닉바잉’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청년층의 빚이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41.3%에 달했다.
금리 인상은 아파트 분양 및 청약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강해진 상황에서 대출 규제 및 세제 강화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일부 단지에선 ‘로또 줍줍’으로 불리며 완판 행진을 이어 갔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무순위 청약의 인기가 시들해졌는데,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분양 시장에선 서울과 수도권 주요 입지에 위치한 노른자위 단지와 지방 단지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대구 등 일부 지방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분양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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