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메타버스·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과 친환경 요소를 접목한 진화형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선보이고 있다.
딱딱하고 획일적이었던 기존 견본주택의 변화를 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성공적인 분양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5월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건설사들의 견본주택 재정비가 한창이다.
대우건설은 업계 최초로 게임엔진을 활용한 가상체험 견본주택인 ‘메타갤러리’를 공개했다. 메타갤러리는 부동산, 분양, 전시 등과 관련한 하이퍼리얼리즘 가상공간을 누구나 쉽게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BIM(빌딩정보모델링) 기반 1인칭 게임방식과 상호작용을 통해 몰입도 높은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메타갤러리와 기존 사이버 견본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용자가 1인칭 시점으로 게임하듯 조작해 가상공간을 돌아다니며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사이버 견본주택은 건설사가 지정해 놓은 방이나 거실의 특정 지점에서 상품을 둘러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화면이 왜곡되고 지정된 장소 외에는 이동이 불가능한 게 단점이다.
반면 메타갤러리는 게임개발용 유니티 엔진과 3차원 BIM모델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극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니티 엔진은 가장 대표적인 게임엔진으로 단순하고 사용법이 쉬워 스마트폰 게임 개발 등에 활용된다. 이들 기술을 사이버 견본주택에 접목함으로써 사용자는 집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내부 구조를 살피고, 분양 옵션 제품이나 전시용 상품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메타갤러리는 현실감 높은 가상공간을 간편한 조작으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로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고사양의 그래픽을 사용자가 어디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KT 게임박스’와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스마트폰앱이나 개인용 컴퓨터로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가상공간을 즐길 수 있다.
한화건설은 실제 견본주택에 친환경 요소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기존 분양홍보관이나 모델하우스는 가설건축물로 지어져 분양 후 철거가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설폐기물이 발생한다.
반면 한화건설이 최근 선보인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 모델하우스는 녹차, 쑥 등을 주원료로 만든 종이벽지와 점토 패널 등 친환경적으로 제작된 자재들을 적용해 건설폐기물을 최소화했다.
홍보관을 화려하게 장식하지만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부착식 사인물들도 줄였다. 대신 분양이 끝난 이후에도 재사용이 가능한 빔프로젝터, 미디어패널, DID 모니터 등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극 활용했다.
사이버 견본주택엔 현실감 있는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 기존 모델하우스의 경우 실제 건립된 유니트를 촬영해 VR 화면을 제공하고 미건립 유니트와 커뮤니티시설의 경우 축소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화건설은 미건립 유니트와 커뮤니티시설의 모형을 대체하는 VR 화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해 분양홍보관 터치모니터와 분양 홈페이지 등에 게시했다. 이 방법을 통해 축소 모형 철거 시 발생하는 폐기물을 차단하고, 관람객에겐 현실감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견본주택이 실제 주거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주거의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준이 더욱 높아진 만큼 경쟁력 있는 견본주택은 스마트건설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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