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거래소를 통해서만 주식 거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대체거래소ATS에서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ATS가 설립되면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거래시간 연장·거래비용 감소·새로운 종류의 호가 방식 등 전반적인 거래 환경이 개선돼 투자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개 증권사로 구성된 ‘ATS설립준비위원회’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 30여 곳으로부터 ATS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ATS설립준비위는 각 회사별 지분율을 정해 올해 안에 예비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최종 인가까지는 2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ATS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말한다. ATS설립 근거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마련됐다. 한국거래소가 주식 상장과 시장 감시규제 등 공적인 역할은 그대로 하고 ATS는 주식거래 중개기능만 하게 된다.
금투협과 함께 ATS설립준비위에 참여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ATS에 참여할 경우 증권사 수는 30곳 이상으로 늘어나고 규모는 한국거래소와 비등해진다. 최종 몇 군데의 증권사가 ATS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대형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이 참석하지 않아 업계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로 이득을 보려는 증권사들이 ATS 설립에 관심을 갖는 추세인데, 메리츠증권은 전체 매출에서 브로커리지 수수료 비중이 10% 내외라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 메리츠증권이 5.83%의 한국거래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처분도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투협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가 거의 모두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예비인가 신청은 3분기 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거래소가 설립되면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반까지인 거래시간이 확대되거나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매매 수수료율 인하, 거래 속도 개선 등으로 투자자들의 편의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규 거래 시간보다 확대된 거래 시간 설정은 국내 ATS의 주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정규 거래 시간 전후로 ATS가 매매체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 세계 주식시장의 개장과 폐장에 맞춰 거래를 하려는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가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 5% 이상을 매입하면 공개매수를 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의 ATS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면 5% 규정에 따른 의무 공개매수 적용에 있어서 경쟁매매 방식의 ATS거래를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ATS 설립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ATS가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거래대상을 다양화하고 주식소유 제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규거래소에서 거래하지 못하는 비상장주식과 거래비용이 높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심사 매뉴얼)도 먼저 확정돼야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ATS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인적·물적 요건 등이 제시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ATS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산망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TS는 상장 심사와 시장 감시 기능을 갖춘 한국거래소와 달리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증권업계는 전산 구축화에 공을 들이면 2025년부터 ATS 업무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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