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금융감독원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 인사가 수장에 임명된 걸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의 기능이 금융회사를 향한 검사나 제재에 지나치게 쏠릴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새 원장의 수사 경력과 노하우가 금융권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 데 긍정적 효과를 낼 거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명됐다.
이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장의 선진화와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과거엔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인 메타버스, 빅테크, 가상자산 등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됐고, 이에 수반하는 금융시장 변화는 현실이 된 상태”라면서 “시장의 선진화와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차분히 점검해 제도적 측면뿐만 아니라 제도 외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도 함께 살피고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검찰 출신 금감원장을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금감원의 기능이 사정기관처럼 변질될 거란 염려가 크다. 이 원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반부패 수사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 등 검찰 특수통 요직을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회사를 향한 대대적인 종합검사가 부활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감독에만 치중할 경우 산업 육성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이 원장은 이미 검사가 끝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관련된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금융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9일 성명서를 통해 “검찰 출신들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은커녕 최측근 금융범죄사건 수사과정에서 정치권력과 이해관계를 함께할 가능성이 많다”며 “금감원의 독립성이나 공정성에 매우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이 원장의 수사 경력 및 법률적 지식이 금융권 내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거란 분석도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금감원장을 지냈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원장은 공인회계사 자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하면서 법률적 지식을 충분히 갖춘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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