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가 오고 있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쥬라기 월드’가 개봉했다. 지난 1993년 개봉한 최고의 공룡 영화 ‘쥬라기 공원’의 완결작으로, 2억년 넘게 지구를 지배하다가 6600만년전 갑자기 멸종한 공룡의 DNA를 복제해 새로운 공룡을 만들면서 시작된 쥬라기 유니버스의 종결편이다. 이 영화는 복제된 공룡들이 또다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쥬라기 유니버스의 스토리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닮아 있다. DNA 복제기술을 앞세워 테마파크를 만들어 수익화하려는 스토리는 벤처창업과 유사하다. 어쩌면 시대상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90년대 쥬라기 공원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닷컴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고, 쥬라기 월드가 만들어진 21세기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기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30년 전 쥬라기 공원팀과 현시대의 쥬라기 월드팀이 만나는 장면은 마치 닷컴 시대의 선배 창업자들이 현 시대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조우하는 장면 같았다.

 

 공룡들이 빙하기에 접어들어 멸종된 것처럼 스타트업 투자시장도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와 불안도 커진다. 펜데믹 공포가 지나가자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기조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스타트업엔 투자 빙하기가 찾아올 거란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액설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는 “13년간 이어진 투자 호황이 끝나고 있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라”고 경고했고 세계 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는 타이거글로벌과 소프트뱅크 등 ‘공룡’들은 올 들어 투자 규모를 대폭 삭감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8100억원으로 1년 전(1조5000억원) 대비 4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유니콘을 목표로 투자유치를 하던 메쉬코리아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직방 등 스타트업들이 투자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20%가량 낮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도 투자 심리가 위축됐음을 드러낸다.

 

 투자 위축은 스타트업에 위기를 뜻한다. 하지만 위기는 또다른 기회다.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 미래 가치가 확실한 기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는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적 성장에 집중하던 기업들은 밀려나고 내실있는 사업모델과 기술을 가진 기업들 위주로 투자가 재편될 것이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질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공룡 시대의 빙하기의 모든 공룡은 전멸했지만 몸집을 줄이고 생존에 집중했던 생명체들은 진화를 거듭해 다시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불투명한 사업성을 가진 채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몸집만 불리는 스타트업은 거대한 공룡처럼 운영비와 적자를 이겨내지 못해 결국 멸종하게 될 것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투자환경은 나빠지고, 기술인력 난으로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 자금이 가파른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립 초기의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의 검증에 집중해야 한다. 빠른 주기로 제품과 시장의 적합성을 확인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투자자들은 사업모델의 검증은 기본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목표 달성과 성장을 할 수 있는 좋은 컬처를 가진 팀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쥬라기 공원팀이 다시 모여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다. 기술인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성장에 필요한 빠른 실행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팀 컬처와 구성원들의 가슴이 뛰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인재 영입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전문역량과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일 잘하는 원팀’만이 빙하기를 이겨낼 수 있다. 아울러 투자 빙하기엔 창업이 줄고 이는 고용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창업 실패에 대한 정책적 안정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스타트업 지원정책도 실행돼야 할 것이다.

 

<김형석 팀윙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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