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와 같이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석유류,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5월보다 높아질 거라 전망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상)’ 단행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 기대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국제유가가 지난 금통위 직전 배럴당 평균 109달러 수준에서 이달 들어 평균 120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예상했던 물가 수준보다는 좀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하며 지난 2008년 8월(5.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흐름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양상, 국제원자재가격 추이,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상승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는 게 한은의 관측이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발생한 유가상승 요인과 유가 상승의 국내 전파 속도 등에 비춰볼 때 6월과 7월 물가는 5월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음달 초 새로운 물가 자료가 나오면 여러 자료를 통해 확실한 견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7월 금통위의 빅스텝 단행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빅스텝 여부는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 환율, 가계의 이자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금통위원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확대되는 국면에선 이러한 추세가 어느 정도 꺾일 떄까지는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해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포워드 가이던스”라면서 “통화정책의 속도는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한은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춰 다음달 기준금리를 50bp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 간 내외금리차가 커지면 환율이나 자본유출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반적인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금리차가 커지게 되면 환율 상승 및 자본유출 등 우려가 발생할 수 있으나, 내외금리차 수준 자체를 방어해야 한다는 이론은 없다”면서 “다만 내외금리차가 생길 때 여러 우려요인들이 우리나라에만 생기는 건지, 여타 주요국에도 발생하는 건지, 또 이러한 요소들이 환율 상승 및 자본 유출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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