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기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커지던 레트로 열풍은 이내 패션·IT·콘텐츠업계로 확산됐다. 3040세대에겐 80~90년대 ‘그때 그 감성’을 추억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1020세대에게는 ‘새롭고도 힙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들이 각광받는 셈이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복고 열풍은 지난 몇 년 새 지속되고 있다. 레트로(Retro)·뉴트로(New+Retro)를 넘어 ‘힙트로(힙+레트로)’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업계에서는 MZ세대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패션 감성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유행인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와 ‘짧은 상의’가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이는 1990년대 젊은 층이 자주 입던 스타일로, ‘배꼽티’가 최근 ‘크롭톱’으로 불리며 재등장했고 재킷이나 점퍼 등도 짧은 기장이 유행을 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F/W 시즌을 살펴보면 이전의 ‘롱패딩’ 대신 90년대 유행했던 ‘숏패딩’이 아우터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 해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복고를 새롭게 재해석해 즐기는 뉴트로가 대세였다. 이른바 ‘군대 깔깔이’로 불리던 퀼팅 패턴과 뽀글뽀글한 털이 특징인 부클소재의 넉넉한 사이즈 아우터 등 레트로에 편안함을 더한 옷이 유행이었다. 또한 레이스 소재를 사용한 트위드 재킷·치마, 퍼프 소매의 블라우스 등 고전적인 느낌을 살리는 제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서만 레트로 열풍이 분 게 아니다. IT업계와 콘텐츠 분야에서도 과거의 복고 트렌드가 이어졌다. IT업계에서는 폐업 위기에 몰렸던 ‘싸이월드’가 부활을 알려 이목이 쏠렸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후반 약 3200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던 국내 대표 SNS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금 체납 등의 문제를 겪으며 수년간 접속 불가능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후 싸이월드Z가 기존의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하고 올해 초 서비스 정상화에 나서면서, 기존 회원들의 사진 170억장과 음원 MP3파일 5억3000개, 동영상 1억5000만개가 복원됐다.
과거의 추억을 되찾은 네티즌과 이를 신선하게 여기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활발히 일었다. 싸이월드의 상징과 같던 ‘도토리’가 중심이 됐다. 싸이월드 앱 출시 누적 다운로드 1000만회 달성을 기념해 ‘싸이월드 도토리 막걸리’가 출시되는가 하면, IBK기업은행은 싸이월드 재오픈에 맞춰 제휴 상품인 ‘IBK도토리통장’을 선보였다.
콘텐츠를 통한 복구 열풍 선도주자는 ‘오징어 게임’을 꼽을 수 있다. 넥플릭스 시리즈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당 작품은 추억을 자극하는 소품 및 먹거리 등이 등장해 주목받았다.
드라마 속 등장하는 추억의 게임 ‘구슬치기’, ‘뽑기’는 보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유튜브 등 SNS상에선 ‘달고나 키트’를 활용한 달고나 만들기 콘텐츠가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오징어 게임 특수’를 노린 상품 출시도 쏟아졌다. 한국관광공사는 미국 메타버스 게임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해 강릉을 배경으로 한 ‘오징어 게임 메타버스’를 선보였다. 유저는 게임으로 강릉을 방문해 선교장, 오죽헌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 등 놀이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에선 달고나를 활용한 상품이 출시됐고, 구슬치기·레트로 패션을 비롯해 쫀드기·아폴로·꾀돌이·밭두렁 등 70~90년대 유행했던 추억의 아이템들의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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