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기가 아니라고?” 대체육 햄샌드위치 맛에 깜짝

대체육 델리 ‘더 베러’ 팝업
국내 최초 식물성 정육 사용
햄 특유의 쫄깃한 식감도 구현
샌드위치·디저트 50여종 선봬
식재료·비건 디저트 구입 가능

[글·사진=정희원 기자] “이게 정말 햄이 아니라고?”

 

대체육 전문 델리 ‘더 베러’에서 포장해온 ‘슁켄 바게트 샌드위치’를 지인이 다 먹을 때까지 속을 채운 햄이 ‘대체육’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태까지 고기라고 속인 대체육을 한입 먹자마자 ‘이거 고기 아니지?’라며 바로 눈치챈 것과 다른 반응이다. 아무 의심 없이 햄이라고 생각한 걸 보면 여태까지 나온 대체육 중에서 가장 고기에 근접한 맛과 질감을 낸 게 아닐까 싶다.

압구정로데오에 문을 연 더베러 매장. 사진=정희원 기자

최근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은 힙스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신세계푸드가 오픈한 국내 최초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The Better)’. 브런치 카페 달마시안, 도산 맘마미아, 웨이크베이크 등 압구정로데오 핫플레이스가 모인 바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24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이번 공간은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올해 연말까지 운영된다. 15일부터 식품업계 관계자와 언론, 인플루언서 등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하고 있고 30일부터 일반에도 공개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치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와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들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압구정에서 열게 됐다”며 “‘더 베러’를 통해 비건을 넘어 일반 소비자에게도 대체육 경험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베러 굿즈존 사진=정희원 기자

지난주 미리 찾은 팝업스토어는 하얀 외벽에 빨간색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유럽의 작은 샤퀴테리처럼 보인다. 한눈에 보기에도 예쁜 공간이다보니 일반 소비자들 중에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조만간 매장 앞이 포토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 들어서니 쇼케이스와 천장의 햄 장식이 눈에 띈다. 분명 고기 형태는 맞는데, 진짜 고기는 아니다. 이는 지난해 7월 신세계가 선보인 100% 식물성 대체육 ‘베러미트’를 데코해 놓은 것이다.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 발색제 없이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다는 게 신세계푸드의 설명이다. 특히 이를 통해 ‘인류건강’, ‘동물복지’, ‘지구환경’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목표다.

더베러 델리존에 선보여진 식물성 메뉴들 

‘더베러’는 베러미트 소비자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신세계푸드의 ‘큰 그림’이다. 출시 이후 1년 동안은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래(B2B)로 상품을 판매해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나기는 어려웠다. 회사 관계자는 “출시와 함께 일반에 이를 알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어떤 형태로 대체육을 보여줄 수 있을지 구상해왔다”며 “이번 팝업을 시작으로 대체육 대중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부처 존(Butcher Zone)’에서 식물성 대체육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고, 델리 존(Deli Zone)과 베버리지 존(Beverage Zone)에서 해당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와 디저트 50여 종을 직접 먹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 대신 신세계푸드 본사 직원들이 직접 출동해 근무하며 제대로 된 대체육 델리를 선보인다는 포부다.

 

좌석은 10개 정도 마련됐으며, 먹어본 메뉴를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식물성 소스와 치즈 등 레시피에 쓰인 재료도 살 수 있다.

모르타델라 깜파뉴 샌드위치와 슁켄&퀴노아 샐러드 사진=정희원 기자

이날은 모르타델라 깜파뉴 샌드위치와 슁켄&퀴노아 샐러드를 택했다. 샌드위치에 쓰이는 빵도 우유와 버터 등을 넣지 않고 만든 비건용이다. 특히 샐러드는 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였다. 고소하고 쫄깃한데 스파이시한 향료 맛도 느껴진다. ‘외국에서 수입한 얇은 생햄’ 느낌이다. 잎채소와 올리브·옥수수 등이 곁들여져 입맛이 떨어지는 여름철 상큼하게 먹기 좋아 추천한다.

콜드컷 시리즈는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얇게 썰어낸 부드러운 슬라이스햄 ‘볼로냐 콜드컷’, 지방의 고소한 맛을 구현한 ‘모르타델라 콜드컷’, 이번 팝업에서 선보인 허브·스파이스 맛을 살린 ‘슁켄 콜드컷’ 등 3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놀란 것은 햄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구현한 것. 기존 대체육은 부드러움이 지나칠 정도로 강한데 콜드컷 햄들은 탄탄한 질감이 씹혀진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탱글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더베러 델리존 샌드위치 메뉴 사진=정희원 기자

최근에 개발한 미트볼·다짐육·소시지 패티 등도 진열돼 있었다. 민스 미트(다짐육)을 활용한 타코도 보인다. 이번 야심작은 구워 먹는 ‘대체육 미트볼’. 아직 정식 출시 전이지만 반응이 좋다. 탄력있게 씹히고, 도시락 반찬으로 많이 먹는 기존 ‘고기완자’ 느낌이어서 부담이 없다.

 

비건용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디저트도 판매한다. 우유 대신 귀리로 만든 오트밀크를 넣은 ‘녹차 밀크티’와 ‘코코넛 밀크티’가 주력이다. 특히 코코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 코코넛 밀크티를 꼭 마셔보길 권한다. 우유 없이도 코코넛 향이 가득한 부드러운 풍미가 살아 있고, 씹는 재미를 위해 코코넛 펄프가 들어 있다. ‘노 버터’ ‘노 밀크’ 비건 마카롱과 브라우니, 무스케이크 등도 도전해볼 만하다.

더베러가 선보인 비건 디저트 사진=정희원 기자

‘예쁜 공간에서 먹는 건강을 생각하는 한끼’다보니 MZ세대에서 호응을 얻을 것 같다. 맛도 우수하다. 다만 ‘압구정이니까 허용되는 가격’은 감안해야 한다. 판매용으로 소포장된 콜드컷 햄(50g)은 6000원, 대체육 샌드위치는 9000원대부터 시작한다. 매장을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낸 것이 납득이 간다. 하지만 매일 대체육을 먹는 게 아니라, 1주일에 한번 건강이나 환경을 위해 비건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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