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줄줄이 규정 위반…'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목소리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 관련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업계에선 전 증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부도 불법공매도 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기로 밝힌 가운데 증권사들 사이에선 첫 처벌 대상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란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을 말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3년여간 공매도 표기를 누락해 과태료 10억원을 처분받았다. 실제 납부한 과태료는 20% 감경된 8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938개사(1억4089만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수량이 컸던 종목은 ▲삼성전자(2552만주) ▲SK하이닉스(385만주) ▲미래에셋증권(298만주) ▲삼성중공업(285만주) ▲신한지주(297만주) ▲세종텔레콤(269만주) ▲KB금융(244만주) 순이었다.

 

 신한금융투자증권도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제180조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7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징계를 받은 사실을 공시했다. 실제 납부 금액은 20% 감경된 5760만원이다. 신한금융투자 직원이 2018년, 2019년 각각 한 차례씩 직전 체결가 이하로 호가 주문을 했는데 총 주문 금액은 2억원 가량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외국계증권사인 CLSA증권(6억원), 메리츠증권(1억9500만원), KB증권(1200만원) 등도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증권사들은 모두 불법 공매도가 아니라며 단순한 주문 실수나 표시 오류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발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정비했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사안은 현재 금융당국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불법 공매도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호가 주문을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의 공매도 규정 위반이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3년에 걸쳐 불법 공매도가 이뤄졌는데 실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국투자증권을 압수수색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영업정지를 비롯해 관련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며 “골드만삭스가 880만주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하고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1억4000만주를 실행하고도 10억원을 부과받았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한투증권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고 수면 밑에 깔려있는 불법 공매도는 엄청 많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야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공매도 비판여론이 정부대책 하나로 쉽게 진화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먼저 살폈어야 한다”면서 “불법공매도의 정확한 실체부터 순차적으로 밝혀나가야지, 지지도 못 받을 대책부터 성급하게 들이민다면 그 자체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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