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하반기 기업공개(IPO) 기대주였던 쏘카가 청약 흥행에 실패하자 상장을 준비 중인 컬리와 케이뱅크 등 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장 철회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공모 흥행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하반기 IPO를 앞둔 기업들이 최종 상장까지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다음주 중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컬리의 재무적투자자(FI) 대부분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의무보유확약서를 낸 상황이다. 보유 지분을 일정 기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속이다. 컬리는 지난 3월 28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이래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다는 점에서 보완책 등을 요구받아 심사를 위한 보완 자료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업계에선 컬리의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상장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마켓컬리의 지난해 총 거래액은 전년 대비 65% 성장한 2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입고객 수도 전년 대비 43% 증가해 1000만명을 넘었다. 예비심사를 통과할 경우 컬리는 6개월 이내 상장을 실행해야 한다.
일각에선 컬리의 몸값을 둘러싼 논쟁이 분분하다. 지난해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으면서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최근 1조8000억원~2조원까지 몸값에 대한 평가가 낮아진 상황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같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SSG닷컴은 내년으로 상장 계획을 미뤘고 오아시스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IPO를 위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컬리는 작년 말만 해도 홍콩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 4조원을 인정받았는데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이유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IPO를 추진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자금 사정이 그만큼 빡빡한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한다”며 “컬리는 기업가치를 올린 후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게 낫다는 FI들의 전망에 IPO를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또다른 대어로 꼽히는 케이뱅크 역시 오는 11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는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철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투자받은 터라 상장을 해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증자 당시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인 BC카드와 맺은 주주간계약을 이유로 해당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계약에는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BC카드가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케이뱅크의 몸값을 6조~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수수료이익)은 수익구조 다변화 등으로 4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4%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7.4%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말 순이자마진(NIM)은 2.41%, 연체율은 0.52%를 기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5.86%였다.
다만 지난해 흑자전환에는 독점 계좌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영향이 커 변동성이 심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수년간 각종 영업지표가 정체됐지만 2020년 이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특히 대출증가세가 눈에 띈다”면서 “플랫폼과 수수료 비즈니스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지만 본질적인 뱅킹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만으로도 높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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