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0개월 만에 꺾인 생산자물가…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

국제유가 하락 영향에 공산품 가격 하락
전년 동월비 소비자물가도 상승세 둔화
국제유가 변동성·고환율 등 물가 상승 압력 여전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공산품 가격이 내리며 생산자물가지수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둔화와 맞물려 물가가 서서히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과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원화 약세,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위협 요소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2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2년 8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하락했다. 2020년 10월(-0.4%) 이후 첫 하락이다.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는 올 4월 1.6%까지 상승했지만 6월(0.6%)과 7월(0.3%) 오름 폭이 낮아지다가 지난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8.4% 상승하며 21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8월 생산자물가 하락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공산품 가격이 내린 데 기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산품 중에선 석탄 및 석유제품의 하락 폭(-8.6%)이 컸고, 화학제품(-2.4%)도 전월 대비 내렸다. 반면 전력, 가스, 수도 및 폐기물(3.6%), 서비스(0.3%) 등은 전월 대비 올랐다.

 

지난달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0% 하락했다. 원재료(-5.8%)를 비롯해 중간재(-0.7%) 및 최종재(-0.1%) 모두 하락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물가변동의 파급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공급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지수다.

 

앞서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5.7%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오름세가 둔화됐다. 소비자물가 역시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유가 영향도가 큰 공업제품의 상승세가 꺾였다. 실제로 8월 석유류는 19.7% 오르며 전월(35.1%) 대비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 석유류 상승 폭이 20%선 아래로 떨어진 건 올해 2월(19.4%)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렇다고 물가 상승 압력이 사그라졌다고 보기엔 다소 이르다. 러시아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확산할 경우 국제유가를 밀어올릴 공산이 여전한 데다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 상승 우려를 키운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된 점도 물가를 위협하는 요소다. 최근엔 식품 가격이 꿈틀댈 조짐을 보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식품물가 인상 움직임에 대해 일일 모니터링하겠다며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 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10월)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당초 전제에서 벗어난 물가 등 국내 상황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선 “현재로선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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