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돌파구 찾는 4대 은행 <下> ] 철저한 현지화 전략·장기 관점 투자 절실

진출국 당국과 우호적 관계 구축…현지 생태계와 상생 노려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 리스크 관리에 만전 기해야

지난 8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신한퓨처스랩 하노이 개소식’ 및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석한 (왼쪽에서 네 번째부터) 팜 홍 꾸엇 베트남 과기부 국장, 박노완 주베트남 대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쩐 반 똠 베트남 과기부 차관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국내 은행들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출국 정부 및 금융당국과 우호적 관계를 수립하고 현지 사업자들과의 업무 제휴 범위를 넓히는 것도 필수다.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글로벌 사업수립 때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21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 자산규모는 1832억 2000만달러(한화 약 262조원)다. 이는 1년 새 11.0%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1년 새 62.1% 급증한 11억 6500달러(약 1조 57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204개로 1년보다 7개 늘었다. 몸집과 수익성 모두 1년 전보다 나아진 셈이다.

 

 글로벌 사업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두려면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할까. 우선 국내에서 쌓은 금융 노하우를 진출국에 소개해 사업 제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한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KB국민은행은 주택금융에, NH농협은행은 농업과 관련한 사업모델 구축에 강점이 있는데,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의 은행과 진출국의 금융권 및 경제·산업계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은 해외 자본에 대한 현지 금융당국의 거부감도 낮춘다. 은행과 비은행 간 시너지를 키우는 것도 해외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최근 베트남 핀테크 비상장회사에 투자를 확대하며 현지 스타트업 및 금융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게 좋은 사례다. 

 

최근 하나은행 자회사 GLN인터내셔널이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BIDV를 통해 베트남 현지에서 ‘QR 출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나은행 제공

 

 장기간 관점의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은 필수다. 일본의 주요 대형은행들이 글로벌 사업에 30년이 넘게 투자하며 현지화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때문에 진출국의 경제적·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접는 건 최대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국내 은행권은 지난 1997년 태국 사업 철수 후 현재까지 재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IMF 외환위기라는 국내 상황의 불가피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지 사업을 철수한 데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나온다. 과거 태국 사례 의 교훈 때문일까.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미얀마의 정치불안에도 불구하고 현지법인, 지점 등 네트워크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금융규제는 과감히 풀어주는 것도 은행 등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한 방법이다. 일례로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금융사의 해외진출에 따른 사전신고 부담을 낮췄다. 종전엔 역외금융회사 투자 시 금액과 관계없이 사전신고를 해야 했지만, 연간 누계 투자액이 2000만 달러 이하라면 투자 후 1개월 이내 사후보고를 허용하는 걸로 규정이 바뀌었다. 해외지점의 부동산·증권·1년 초과 대부거래 등의 영업활동은 사전신고에서 사후보고로 전환됐다.

 

 글로벌 경기 상황에 맞춰 신중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글로벌사업 관련 부서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에 따라 가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가가 있을테고 이는 은행의 부실자산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은행의 최고경영진이나 이사진들은 사업계획 수립 시 향후 거시경제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취약 요인에 대해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식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전 세계 경기가 더욱 어려울 거라는 전망엔 이견이 없는 만큼 해외 IB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보다는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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