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줄줄이 옷벗어…LH·도로공사 이어 HUG 사장도 ‘사의’

-권형택 HUG 사장, 국토부의 HUG 대상 종합감사 중간 발표 4일 만에 사임 표명
-국토부 "특정 건설업체 특혜 논란에 사장도 책임"...HUG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
-野, 前 정권 인사 '찍어내기" 아니냐며 반발

권형택 HUG 사장(사진)이 지난 4일 오후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장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지난달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데 이어 이번에는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021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권 사장은 임기 3년 중 절반 가량 채운 상태에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6일 HUG에 따르면 권 사장은 지난 4일 오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임 의사를 밝힌 권 사장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국토부와 HUG 국정 감사에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권 사장이 사임을 표명한 이유는 HUG가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도를 상향시키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고, 권 사장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지난 6월 13일부터 진행된 HUG에 대한 종합감사 중 HUG가 특정 건설 업체 신용등급을 별 다른 이유 없이 BB+에서 A+로 4단계나 올리는 특혜를 줬고, 이 과정에서 13억2000만원의 보증료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같은 특정 건설업체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HUG 간부가 영업지사에 수차례 등급 상향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고, 해당 영업지사에서 등급상향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자 해당 지사장을 지방으로 좌천성 인사발령을 낸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담당 간부 외에도 사장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감사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감사를 통해 부당한 업무지시나 인사전횡이 있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위법행위가 밝혀지면 고발, 수사의뢰 등 조치를 통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밝힌 바 있다.

 

권 사장은 국토부의 이같은 중간 감사 결과가 나온 지 4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HUG 관계자는 “권 사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하는 것”이라며 “12일 예정된 국정감사에는 이병훈 부사장이 직무대리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의 사임 의사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최인호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4일 오후 권형택 사장이 2022년도 국토교통부 및 주택도시보증공사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일신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던 공기업 사장의 세 번째 중도 퇴진이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원희룡 장관이 도로공사 임원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지 이틀만에 김진숙 전 사장이 사퇴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과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했던 원희룡 장관이 국토부 장관의 지위를 이용해 임기가 보장된 산하 기관장들의 사퇴를 사실상 겁박한 결과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최 의원은 이어 “지난 2021년 2월 10일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판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기가 남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바꾸기 위해 사찰한 명단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살생부인가라고 비판했는데 지금 원 장관이 하는 행태가 그것과 뭐가 다르냐. 전형적인 내로남불식 행태”라며 “산하기관장을 겁박해 사퇴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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