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찬바람에 IPO 대어들 겨울잠 준비?

마켓컬리·케이뱅크 기업가치 '뚝'
상장 시기 내년으로 연기가능성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컬리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증시 한파로 인해 연내 상장을 예고했던 기업공개(IPO) 대어들의 상장 시점이 연기되고 있다. 특히 마켓컬리와 케이뱅크도 내년으로 상장 시기를 미룰 것이란 관측이 나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8월 말, 케이뱅크는 지난달 20일 각각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두 회사 모두 공모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6개월 이내인 내년 2월, 3월까지 공모 일정을 마쳐야 한다. 

 

 업계에선 금리가 급등한데다 증시 마저 불안정해 두 회사가 상장을 미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IPO 과정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와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등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양사의 상장 시기를 연초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컬리의 상장 철회 확정설이 돌았지만 컬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및 금리 인상 여파로 상장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2500억원을 유치하며 4조원 대로 평가됐던 컬리의 기업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도 철회설의 배경이 됐다.

 

 컬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투자자와 창업주 등 그 누구도 상장 철회를 고려한 바가 없다”며 “주요 투자자 역시 대부분 해외 벤처캐피털(VC)로 국내에 그런 말이 전달되거나 흘러나올 수도 없는 여건”이라고 일축했다. 

 

케이뱅크 사옥 전경. 사진=케이뱅크

 

 케이뱅크의 경우 연내 상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주가 마저 하락하고 있는 점이 케이뱅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은 케이뱅크 기업가치 산정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주식은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절반가량 하락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케이뱅크 주가는 지난 7월 28일 1만850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1만60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뱅크의 일부 서비스에 오류가 나면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케이뱅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케이뱅크의 연내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주식 시장 부진과 더불어 성장주 약세가 지속되고 있고 KT 경영진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컬리, 케이뱅크 모두 실적의 성장 기울기가 앞으로는 좀 더 완만해질 것”이라면서 “회사가 생각하는 기업가치와 투자자들이 평가하는 가치 사이의 괴리가 내년 초까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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