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국민들에게 더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어보겠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취임한 이재용 부회장이 10년 만에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1991년 삼성전자에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승진을 ‘뉴삼성‘시대가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과감한 의사 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이 회장의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약 4년 만에 공식 회장이 됐다.
이 회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경영관리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학업을 마친 후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으며 2003년 상무로 진급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부상한 것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난 2014년부터다. 이 회장은 이후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사실상 삼성전자를 진두지휘 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같은 해 11월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고 이듬해인 2017년 2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됐다.
구속 후 이 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뉴삼성' 비전을 밝히는 등 이재용 체제로 전환을 시도했지만,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이후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올해 8월에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취업제한 등 모든 제한이 풀렸다.
이 회장의 이번 회장 승진은 2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어닝쇼크‘ 등 부진한 실적과 악화되는 대내외 환경에서 삼성전자를 이끌어 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지난 1993년 부친 이건희 회장의 유명한 발언인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와 같은 압축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그룹에 제시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바이오, 차세대통신, 친환경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 행보와 옛 미전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태스크포스(TF) 수준의 삼성 콘트롤타워를 정식 조직으로 복원시킬 지 등에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예정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해당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면서 “많은 국민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는 삼성의 ‘원톱’으로 나선 이 회장의 승진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대해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결정이라며 축하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날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의 논평에서 "회장 승진을 축하한다"며"그동안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경영 안전성을 높이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외 경영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한국경제의 리딩 컴퍼니로서 미래전략을 수립하는데 과감한 의사결정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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