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RP매도로 유동성 확보… 삼성생명 3조6천억 단기 자금 확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금리 상승과 연말 퇴직연금 만기, 저축성보험 만기 등으로 보험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3조6000억원 규모의 단기 자금 차입금 한도를 확보하면서 유동성 대응에 나섰고, 다른 보험사들도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3조4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확보하는 안을 의결했다. 차입 한도는 기존 RP 매도 잔액 2000억원을 포함한 3조60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차입목적에 대해 적정한 유동성 유지를 확보하기 위한것이라고 공시했다. 

 

삼성생명은 시장 및 당사의 상황을 고려해 3조6000억원 한도 내에서 당좌차월 또는 RP매도를 통해 차입을 실행할 예정이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으로도 불리는 단기 자금 차입금은 1년 이내로 갚아야 하는 채무로 금융기관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말한다. 

 

삼성생명의 이같은 결정은 유사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단기차입금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가운데 부담해야할 비용이 큰 다른 보험사들도 사정은 급하다. 최근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의 자금 이동,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하지만 단기차입금은 금리가 낮지만 빨리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변동성이 크다. 또 유동부채에 속하기 때문에 재무적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RP매도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으로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방식이다. 

 

올 9월 이후 보험사의 RP매도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올 1~8월까지 월평균 6조8000억원을 나타내다 9월 9조4000억원, 10월 10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24일까지는 12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월평균 RP매도액이 5조600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도 좋지 않다. 보험사들은 운용자산 중 국공채, 특수채 등 시장에서 즉시 거래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 비중이 높아 자금이 필요하면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채권매도 자제 요청,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퇴직연금 만기도래가 집중되는 연말, 연초에 보험사 자금수요는 더욱 증가한다”면서 “특히 외형 대비 퇴직연금 규모가 큰 회사는 퇴직연금의 대규모 유출 발생 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가 보유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으로 금리 수준이 유치 여부를 좌우하는데 자금시장 경색으로 업권내·외 자금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타 업권의 제시 금리 수준이 상승했다”며 “보험사는 자산운용 시 감내 가능한 리스크가 타 업권 대비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의 일부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h22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