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문정훈 서울대 교수, "입에 들어가는 것(음식)의 끝은 행복"

문정훈 서울대 교수가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인터뷰에서 내년 식음료 시장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전경우 기자

[글·사진 전경우 기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푸드 밸류체인의 시작과 끝,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모든 분야에서 최전선을 누빈다. K푸드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문 교수는 2006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2010년부터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로 푸드비즈니스랩을 이끌고 있다.

 

 문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먹고, 마시고, 노는 산업의 비즈니스를 경영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다. 언제나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며, 이 두 가지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푸드 비즈니스를 연구할 때 ‘농(農)’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른 경영학 관련 연구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12명의 팀원들은 20대에서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른다. 팀원이 되기 위해서는 동기와 경험, 체력이 중요하다. 문 교수는 이들 출장을 가고 한달에 2번정도 저녁식사를 한다. 일반적인 회식이 아니라 의도. 주제가 있는 ‘연구활동’의 연장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드비즈니스랩은 내년 식음료 업계를 예측하는 2023 푸드트랜드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식음료 분야 경영자와 마케터들에게 필독서로 꼽힌다. 관악산에 눈이 쌓이던 날, 문정훈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에요.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문정훈 교수의 변곡점은 북유럽이었다. 문 교수는 2012년 무렵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익산에 조성하는 사업에 자문교수로 위촉됐다. 네덜란드, 스웨덴에 있는 대학 중심의 식품 클러스터를 둘러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연구활동에서 과감하게 방향타를 틀었다. 

 "저는 미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유럽은 전혀 달랐어요. 룬드대학은 스타트업 지원하는 산업단지같은 느낌이었죠. 알파구역과 베타구역으로 나뉘는데, 여기 입주한 기업을 지원하고 서바이벌하도록 돕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에요. 문학 전공 교수는 브랜드 네이밍이라도 도움을 주는 식이죠. 반면, 한국은 교수가 선비같기를 바랍니다. 청렴결백, 학문매진, 외부와 끊는 그림이에요. 그런데, 유럽은 산학협동에서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해요. 저도 이전에는 혁신을 돕는다 생각했는데 혁신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먹는 것의 끝에는 행복이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 행복한 것, 그 방향으로 기업과 협업을 합니다. 지난 10년동안 다양성이 커지고 K푸드가 자리매김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했죠.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매년 내는 책을 업계 분들이 기다리십니다. 골이 있다고 치면. 연구 성과라던가 산업적인 영향력 등에서 이 이상 안될거라 생각했는데 매년 그 한계를 뛰어넘어요. 매년이 최정점이죠. 그러다보니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식재료 다양성이나 농업생산력 부분에서는 기여할 부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혁신의 여지가 아직 많아요.”

 

-"최근 몇 년동안 교수사회가 많이 바뀌었어요."

 문교수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보수적인 교수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 나갔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방송에 나가는 것을 나쁘게 보는 교수님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더 하라고 하십니다. 먹거리는 소비자의 수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방송에 나가고 대외활동에 나섭니다. 그러면 생산자, 제조사가 움직여요. 수요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도 연구의 질과 결과물로 보여주려 합니다. 농경제사회학부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서 소비자 후생, 농민 소득증대에 힘을 써야합니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각 농가단위에서 제대로 된 경영, 의사결정도 필요합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 신선식품의 판매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을까 연구하다보니 마켓컬리가 그것을 이미 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사외이사로 합류했습니다. 보통 사외이사를 ‘거수기’라 생각하는데 저는 더 많은 일을 합니다. 컬리와 윈윈을 통해 특이한 생산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거죠. 아이디어가 현업에서 적용이 되고 구현되는 모습이 결국 연구의 방향성에 다시 적용됩니다."

 

-"마켓컬리는 중요한 플렛폼입니다.”

 온갖 품종의 사과를 한 상자에 담아놓은 ‘샘플러’가 화제다. 이 상품은 문 교수가 마켓컬리를 통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성 강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사과입니다. 부사(후지) 단일 품종이 점령하고 있던 국내 사과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혔어요. 디맨드를 만드는 거죠. 사과는 도매시장 중심, 생산성이 좋은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요. 규모의 경제가 작동을 하면 소농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런데 틈새를 만들면 그 룰을 안 따라도 됩니다. 소농들도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기후변화에 강한, 유전자 다양성을 갖는게 결국 지속가능한 농업입니다. 축산에서 토종 돼지, 칡소에 관심을 갖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모든것을 현실화 하는데 컬리는 매우 적합하고 중요한 플랫폼입니다.”

문정훈 교수가 스페인 엘 카프리쵸 목장을 방문, 생산자이자 세프인 호세 고르돈이 키우는 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문정훈 교수 제공
문정훈 교수가 스페인 엘 카프리쵸 목장을 방문, 생산자이자 세프인 호세 고르돈을 만나 소 사료로 사용하는 허브 설명을 듣고 있다. 문정훈 교수 제공

-“해외에 가면 농촌으로 바로 직행합니다.”

 문 교수는 해외에 자주 나가지만 관광에는 관심이 없다. 농촌에 들어가서 그 지역에 토종 작물을 살펴보고 특산물 재배자를 만난다. 작물의 특성, 그 것을 통해 만드는 음식,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유럽에서 많이 배운 부분이 생산자와 세프가 붙어있다는 것이에요. 그 이후 세프들과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2015~2016년부터 세프와 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프랑스 브레스 토종닭은 무척 비쌉니다. 생산협회가 있는데 협회장이 세프에요. 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저 가격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한참 토종닭 연구할때였어요.”

 

-"우리나라의 밀키트는 다른 나라와 방향이 다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 하고 있는 밀키트, HMR(가정간편식)시장은 문교수의 주요 관심사항 중 하나다. 문 교수는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밀키트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유명 세프가 참여하기도 한다. 

 “해외는 재료가 통째로 담겨 있는 식재료 박스 형태가 대세에요. 한국은 프랩(전처리)이 되어있어요. 일본만 우리랑 비슷합니다. 가공을 하면 유통기한이 생겨요. 냉장 유통은 보통 1주일이죠. 그래서 냉동유통 상품이 더 인기가 있고 대부분 업체의 매출 절반 이상이 냉동이에요. 급냉을 통해 ‘프로즌 프레쉬’하게 해서 스킨팩에 포장하는 형태가 우리는 익숙한데 미국 홀푸드 마켓 MD가 보더니 놀라더라구요. 집에서 매번 요리하는 시간의 간격이 늘어나고 있어요. 냉동이 비닐 쓰레기도 덜나옵니다.”

 

-"대체육보다 대체유 시장이 더 큽니다."

 식음료 업계에서 문 교수의 분석과 전망은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산자와 소통이 활발하고 마켓컬리, 쿠팡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업체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에게 대체육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미국 서부에서 생겨난 비욘드미트, 임파서블 버거 같은 회사가 투자를 많이 받다 보니 그게 전부인 것으로 오해를 받아요. 식물성 단백질 자체를 즐기는, 예를 들어 두부. 식물성 단백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성공한 제품은 풀무원의 ‘두부텐더’에요. 대체육의 미래는 한쪽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해조류나 두부 같은것의 본연의 특성을 즐기는 상품에 큰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금치도 단백질 많은 재료죠. 미국에서 해조류가 핫합니다. 

 대체육보다 대체우유가 시장이 더 커요. 우리나라는 두유 카테고리가 이미 탄탄해 글로벌 카테고리가 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가장 많이 뜨고 있는 것이 귀리입니다. 스타벅스 오트라떼는 과소평가되고 있어요." kw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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